지난 12월 3일, 전라남도의회는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이혜자) 주관으로 ‘전라남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지원 조례’에 관한 의견수렴 간담회를 가졌다.

전남도내 한국전쟁유족회장들과 여순사건유족회장들만 초청하는 간담회였다. 의견수렴 간담회라고 하면서 지역의 시민단체나 전문가 등은 전혀 초청의 대상이 아니었고,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한 이혜자 위원장은 간담회는 토론이 아니라면서 참석한 유족회장들에게 순차적으로 발언하게 하였다. ‘피맺힌 한을 살아생전에 반드시 풀어내기 위해서는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현행 조례를 유지하며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한국전쟁유족회와 여수․순천10·19사건 단독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여순사건유족회의 주장 속에서 수가 많은 한국전쟁유족회의 의견과 발언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각자의 입장만 발언한 채 간담회는 끝이 나고 말았다.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학살이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유족들이 지혜를 모아 갈등을 겪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에 기획행정위원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전쟁유족회 측의 의견이 중론이라며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기획행정위원회가 의견수렴이라면서 간담회를 개최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주 형식적이지만 간담회를 개최했고, 거기에서 한국전쟁유족회 측의 의견이 중론이라는 빌미로 여순사건 단독 조례를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부터 편성된 여순사건 관련 예산이 2020년부터 전액 삭감된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기만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올해 초 강정희 의원 등 도의원 51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여순사건 단독 조례안이 지난 5월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부결된 이후 계류 중에 있다. 전남도의원 58명 중에 51명, 87.9%가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행정위원회는 전남도의회의 7개 상임위원회 중에 1개 위원회일 뿐이면서 여순사건 단독 조례안을 부결시킴으로써 다른 의원들의 상원 행세를 하고 있는 샘이다.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9명 중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의원들이 여순사건 단독조례 발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우리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의원 139명의 공동발의로 추진 중에 있다. 이런 때에 지역민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전남도의회에서 여순사건 단독 조례를 제정하여 특별법 제정에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여순사건 단독조례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리강영 기자  yosul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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