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한 가운데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천병태 후보가 울산 중구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광역의원도 아닌 기초의원 한 석이 걸린 선거였던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투표율이 26%에 불과했다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경제 살리기를 외쳤지만 시민들에겐 전혀 와 닿지 않았고, 여당심판론도 표심에는 별반 작용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더 많이 알려져 있느냐, 그리고 누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유권자의 판단이 승패를 갈랐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울산의 범야권이 이번 선거결과를 침소봉대해 확대 해석할 일이 아니다. 당선된 천병태 의원은 개인 역량의 결과이지, 시민들이 범야권을 밀어준 결과로 보기 어렵다. 천 의원에게 표를 준 유권자 역시 정당대결 구도가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도 이번 선거 결과에 의기소침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더 잘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선거에 일희일비는 늘 있다. 시민지지라는 것도 한결 같을 순 없다. 바다가 늘 고요할 것 같지만, 밑바닥은 어떤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지 겉으론 전혀 알 수없다. 물론 이번 선거결과를 다음 총선이나 대선, 지방선거에 대비 다양한 해석은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를 바탕으로 심기일전한다면 약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범야권이 작은 승리에 도취, 자만한다면 또 다시 연패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민심, 특히 표심은 맹수와 같다고 했다. 자신에게 잘 해주면 한없이 온순하고 말을 잘 듣지만, 조금만 성에 차지 않으면 야수의 본성으로 돌아가 상대를 물어뜯게 된다. 울산시와 시민의 입장에선 더 더욱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할 여유가 없다.

사상 최악의 수출부진과 제조업 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다. 가계소득이 떨어지고, 고용불안이 가속되는 이중고다. 그런가 하면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실업과 사회불안은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40년 이상 지속됐던 울산의 주력산업도 성장한계에 직면, 방향타를 잃고 있다.

다음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는 바로 여기에서 결정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삶의 희망에 다가가는 정당과 인물이어야 표심을 얻을 수 있다.

진보진영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보수를 뛰어넘는 대안세력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보수는 경고로, 진보는 더 잘 하라는 채찍으로 삼아야 할 보궐선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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