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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 사건과 여수시민---트라우마는 극복되어야 한다.선거에서 나타난 여수시민의 상흔
김영일 기자 | 승인 2020.02.10 16:48

 

여순사건 민간인희생자 추모비 (사진:리강영뉴스 닷컴)

  1973년 8월 스톡홀름 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있었다. 인질범들은 4명의 직원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몇일간 진행된 이 사건에서 정작 납치범과 인질범들 사이엔 기묘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다름아닌 응당 공포와 의협으로 이루어져 있어야할 양측이 도리어 친밀한 관계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정사에는 형태는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속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즉 해방직후로부터 칠십여년동안 남한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속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들이다. 특히 여순사건의 잔혹한 기억이 무의식을 지배하는 전남여수에선 이러한 증상은 그 어느지역보다 도드라진다.  그리고 이것은 더 나아가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권력자 특히 검.경 권력을 등에 업은 후보에게 환호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여수 시민들은 이상하리만치 검찰이나 경찰 출신 혹은 고시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진실로 오랫동안 여수를 위해 헌신해 왔던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검경이나 고시출신자들이 특별한 업적을 이루었다거나 혹은 훌륭한 인격으로 존경받던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고관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을 선호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수토박이인 한 시민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가 안된 상황도 가만히 살펴보면 사실상 여수시민의 무으식의 기저부에 자리한 집단무의식에서 나온 스톡홀름 증후군에 다름 아니다. 그럼 이때 우리는 묻는다. 대체 여수시민들은 어떻게 이러한 집단 무의식에 빠져버린 것일까?  이에대해 오랫동안 여순사건을 연구해오고 피해당사중 한 사람인 김진수후보(정의당 여수갑)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전라남도 동부 6개 군을 점거하였습니다. 당시 이승만정권은 이 사건을 계기로 남한의 정책을 반공이데올로기로 정착시키고자 대대적인 반공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때 검찰과 경찰 권력은 절대적이었고 여순사건이란 원죄를 갖고있는 여수지역은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검찰과 경찰의 정신적인 인질이 되어 버렸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여순사건당시 민간인 희생자의 시신들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
 
 

1948년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군 14 연대는 당시제주 사태를 진압하도록 상부의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이때에 제 14연대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있었다. 왜냐하면 제주사태가 비록 좌우익의 대결로 비쳐졌지만 근본적으로는 좌우익이 아닌 친일경찰에 대한 제주민의 반감으로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상부에서는 이 일을 기화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주도 초토화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초토화 작전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때 비교적 반일감정이 강했던 제 14연대 입장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작용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당시 상부에서는 제주 4.3 사건당시 박진경 제9 연대장 살해 사건후 좌익과 민족주의 계열(김구계열)에 대한 숙군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 파병을 눈앞에 두고 제14연대내에 숙군작업이 계획되어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한다. 

' 사람마다 견해를 달리할수 있으나 제견해로는 여순사건은 정부를 전복하기위한 쿠테타나 계회된 반란이라기 보다는 14연대 소속이던 소수 남로당원들이 14연대의 제주 파병을 눈앞에 두고 자신들이 숙군될것을 미리알고 살기위해 일으킨 탈출작전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한 정황으로 이때 반란군은 정부군과의 싸움이나 지역을 장악하려는 것보다는 지리산으로 도망가는 길을 택하였다는 것이죠. 즉 생존을 위한 탈출작전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반란군들속에서 애매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이 바로 여수와 전남동부육군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김진수 후보의 말에 의하면 14연대 내부의 남로당원들이 자신들이 숙청될것을 미리알고 살기위해 일으킨것이 여순사건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때 우린 묻는다. 그럼 대체 국방군14연대 속에 얼마나 많은 남로당원들이 있었고 또 여순지역에 얼마나 많은 남로당원들이 있었길래 이러한 반란사건이 이토록 순식간에 크게 번졌던 것일까? 이에대해 주종섭여수시의원은 말한다.

주종섭 여수시의원(더불어민주당 여수 아선거구)

'어찌보면 14연대의 반란이 순식간에 번질수 있었던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보다는 친일경찰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습니다. 해방직후 남한 사회 특히 여수는 비교적 좌익과 우익이 유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적대적 관계는 미군정하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던 친일경찰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었죠. 이것은 당시 국방군이 친일경찰들과 빈번한 충돌이 발생한 연유이기도 하였습니다. 즉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 여순사건은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반공 이데올로기로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해방 직후에 국민들은 좌우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친일경찰의 만행은 40년동안 경험했던 것이죠. 그리고 여순사건이 터지자 이런 친일경찰에 대한 억눌린 감정이 표현되면서 보복이 잇따른 것입니다.'

즉 주종섭 의원에 따르면 여수시민들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심취된게 아니고 친일경찰에 대한 저항의식이 이미 전반적으로 사회에 퍼져 있었고 친일경찰이 미군정과 이승만의 우익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저항이 자연스럽게 좌익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여순사건은 이승만정부의 정책에 의해 좌익에 의한 반란사건으로 규정되었고 여기서 여수와 전남동부지역을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리고 이러한 반공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당시의 정적이었던 김구나 극우세력등 정적을 제거하고 독재권력을 확보했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반공 이데올로기속에서 검찰과 경찰권력은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 그리고 여순사건에서 나타난 검.경찰권력의 잔인함과 절대권력은 여수시민의 무의식에 공포 그 자체로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Useful idiot 이란 단어가 있다. 2차대전당시 독일이 유대인들을 가스실에서 죽여나갈때 독일군을 도와 동족을 죽이는일에 협력하였던 유대인들을 일컬음이다. 이들이 얼마나 독일인처럼 행동했는지 독일인보다 더 독일인 같았다 한다. 왜 그랬을까? 심리학적으로보면 두려움 때문이다. 사람은 두려운것을 사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두려움의 대상을 사랑함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의식적 심리기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증후군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이것이 유대인이나 스톡홀름에서으 인질들만의 이야기일까? 여수 시민은 ???

혹시 여수시민들이 검경 출신이나 고시출신과같은 고관들을 지지하는 무의식의 기재위엔 여순사건에서 발생하고 목도한 그리고 칠십년동안 남한사회를 지배해온 반공이데올로기 속에서 검경에 대한 극한 두려움이 트라우마가 되어 도리어 그들을 사랑함으로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인질이 인질범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본심이 아닌 가장된 친밀감이다. 이러한 가장된 감정은 자신의 인격을 왜곡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병들게 한다. 때문에 이러한 트라우마는 반드시 치료되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이러한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심리치료기제중에 직면이란 것이 있다. 이러한 직면은 회피와 달리 두려움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김유화 후보(더불어 민주당 여수갑)는 여순사건의 치료를 위해 여수시민들은 더이상 여순사건의 아픔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을 역설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는 검경등 고관출신이 아닌 여수의 일반시민이 당선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더 나아가 여순사건 특별벚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여순 사건을 해결하는 시작점은 더이상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입니다. 이 직면은 다름 아닌 그동안 망령처럼 여수시민을 괴롭혀온 검경이나 고위관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함으로써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극복은 금번 총선에서 검경 출신이나 고관 출신이 아닌 일반인이 당선되는 것으로부터 출발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해년마다 여순사건추모행사에서 사회를 보아왔고 특별히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낸 김유화 후보(더불어 민주당 여수 갑) 는 말한다.

 
여순사건 추모비 뒷면에 새겨져있는 말줄임표는 김진수 시인의 詩 이다. 여기서 김진수 시인은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조심하라는 여순사건이후 반공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수시민들의 격언아닌 격언을 시로써 표현했다고 한다. (사진: 리강영뉴스닷컴)

전남 여수시 만흥동에는 소소하다 못해 초라하게 느껴지는 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지금으로

부터 칠십여년전 여순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을 위하여 세운 추모탑이다. 그런데 그 추모탑 뒤엔 여섯개의 말 줄임표가 있다.
말을 줄이다니... 대체 무슨 뜻일까

'이것은 단순한 줄임표가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었던 여수시민들의 아픔을 표현한 詩입니다.'

이 詩의 저자인 김진수 후보는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서 그런 질문을 해 본다. 무언의 칠십년 세월, 아직도 여수시민은 공권력의 절대권력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이 줄임표 詩처럼 입을 다물고 검경의 절대권력에 대한 거짓된 환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금번 총선에선 여수시민들이 절대권력을 향하여 입을 열어 저항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여수시민은 스톡홀름증후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존감 높은 시민이 될 수 있을텐데...

김진수 후보(정의당 여수갑)는 4.15 총선을 출마하면서 먼저 무고하게 희생당한 여순사건 민간인희생자 추모탑을 찾았다. 그는 이번 총선은 여순사건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사진: 리강영뉴스)

 

 

김영일 기자  kkadang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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