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란 책을 혹시 읽어 보셨나요?

나치 수용소에서 박해를 견디며 살아남은, 실존이란 화두를 던진 심리학자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인간승리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실존을 우울과 연관 지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우울한 분들이 상담실 문을 많이 두드립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바로 나임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 내가 나를 믿으며, 희망하며 행동하는 나 자신이어야 행복한 삶의 주체로써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러한 '실존'을 놓쳐버릴 때가 있습니다. 내 자아가 내 안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깨져버렸다고 말하는 게 더욱 더 맞는 말이겠습니다. 깨져버린 자아, 내면자아의 날카로운 파편에 몸이고 마음이고 손과 발을 베여 피가 흥건합니다. 놓으면 될 일인데도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놓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번 우울에 갇힌 자아는 나가는 길을 모릅니다. 사방이 너무 춥고 무섭습니다. 스스로 불을 켤 수도 없이 그 차가운 어둠으로 고통 받는 시간, 요즘 현실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움추리다 보니 더욱더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릴께요. '실존철학'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실존철학'이 지향하는 바는 주체적, 창조적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기책임을 강조하며, 의지를 존중하고, 성장을 향해 달려갑니다.

즉 우울이란 바로 이 '실존'을 망각하게 하는 커다란 정신의 장애물, 아니 ‘마음의 어둠’이라고 보면 됩니다.

네! 아침도, 오후도, 저녁도 잃어버리고, 해와 달과 별을 잃어버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숲과 바다와 들과 산과 하늘의 풍경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우울이란 이 모든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조리 잊어버리는 ‘정서의 망각’입니다.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요? 어둠이 물러가지 않아 아픈 내면의 나에게, 고통받는 혹한의 우울에게 과연 봄이 올까요? 내가 나에게 '실존'의 하루를 선물하려면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내 자신이어야 합니다.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이끌 수 있어야 비로소 봄이 옵니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 주변에서 들리는 어떤 소리마저도 듣지 않으려는 괴로운 몸부림입니다. 우울을 영어로는 '멜랑콜리(melancholy'라고 하죠. '멜랑(melan)'은 그리스어로 검은색 즉 '어둠'을 뜻합니다. '

콜리(choly)'는 담즙을 의미합니다. 인체에 흐르는 피에 혹담즙이 있는데 이 흑담즙이 많이 나오면 우울증을 겪는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말이죠. 멜랑콜리의 어둠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에게 이렇게 외쳐야합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 정말 사랑해"라고 백번 천 번을 부르짖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방문하세요. 우울이라는 검은 감옥에 내 마음을 스스로 가두어 놓은 ‘나’를 용서하세요. 용서를 받는 길은마음과 만나 서로 끌어안는 일 뿐입니다. 어쩌면 마음이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제야 왔어?"

                                                                              ♦박주희 <본지 컬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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