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참여재판에선 무죄였는데… 이하 작가 “전두환 포스터가 유죄?

             빔프로젝터로 쏜다”

팝아티스트 이하(47) 작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포스터를 담에 붙였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하 작가는 “검열의 시대가 열렸다”며 비판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하 작가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하 작가는 지난 2012년 5월 17일 오전 1시께부터 3시30분께까지 수의와 수갑차림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포스터를 연희동 골목에 붙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하 작가는 약식 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이하 작가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었다”며 “정식 재판으로 가면 당연히 무죄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무죄다. 유죄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게다가 이하 작가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포스터를 붙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는데 해당 사건은 무죄로 확정됐다. 다만 당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당시와 혐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하 작가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당연히 죄가 없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 사법부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 문제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 포스터. 사진=이하 작가 페이스북

이하 작가에 따르면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하 작가가 전 전 대통령의 포스터를 연희동에 붙여 연희동 주민들에게 정서적인 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하 작가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정서적,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증인도 없었고 신고나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포스터를 부착한 다음 자진 철거할 예정이었다.

이하 작가는 그러면서 “재판부는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예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림을 붙이고 뿌리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오히려 반대다. 그림을 뿌리면 사람들이 ‘이쁘다’고 좋아하면서 주워간다”고 말했다. 이하 작가는 비슷한 건으로 기소된 것만 6건이다.

거리에 붙어있는 수많은 포스터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예술가의 작품만 처벌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하 작가의 대리인인 이혜정 변호사는 “거리를 지나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포스터와 스티커 등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하는 일은 없다”며 “나아가 옥외광고물 관련해서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과 재판부가 주장하는 건 ‘형식상의 문제’ 이지만 결국은 내용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하 작가는 “이런 판결이 예술가들을 위축시킨다. 저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한 개인이 국가권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며 “검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하 작가. 사진=이하 작가 페이스북
그럼에도 이하 작가는 앞으로도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발표할 생각이다. 그는 “처음에는 벽에 붙이는 게 안 된다고 하기에 그럼 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뿌리는 것도 안된다고 하니 빔 프로젝터를 가지고 다니면서 작품을 보여줄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기에도 죄를 만들어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하 작가는 이런 식의 발표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꼭 미술 작품을 갤러리에서만 발표하라는 법은 없다. 거리에서 발표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만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도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발표할 것인지는 제 선택이다. 저는 거리에서 발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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