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참 게으른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된 시점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무 살 때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현상유지의 폭군>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말이죠.

현상유지 하는데도 이렇게 달려야 하는 나, 그렇게 늘 나는 제자리걸음인 것입니다. 아무리 달려도 그렇습니다. 그때 저는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을 해 버린 것 같습니다. 너무 일찍 生(생)을 채 다 살기도 전에.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어느새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나’의 성장을 위해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죠. 그때부터 세상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속 좁아 터진 내가 문제였지요.

나보다 더 크고 넓은 것들이, 내 생각보다 높고 깊고 넓은 것들이, 또한 어둡고 축축하고 슬프고 묵직한 것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패러다임, 심리학에서 말하는 ‘레드퀸 효과’, 말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도, 아무리 나아가도 숲은 그대로입니다. 벗어날 길 없습니다. 현상유지의 폭군이 그렇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고만고만한 세상이란 말입니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 아무리 달려도 그대로인 삶,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는 혹시 무엇을 놓치고 있지나 않을까요?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

1865년 영국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대학 수학 교수였던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유명 소설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후속 작품 ‘거울을 통하여’(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1871년)에 등장하는 여왕 인물의 이름이다. 레드퀸(붉은 여왕)과 주인공인 앨리스는 숲을 미치도록, 죽을 만큼 열심히 달려보지만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왜 앞으로 가지 않나요?”

이 물음에 레드 퀸 여왕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바보야. 그건 당연한 거야. 최선을 다해 뛰어야 제자리에 머무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빨리 뛰어야 돼!” 이런 시각이 발전돼 이 용어는 생물학과 경제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도 사용하게 된다.

(앨리스와 레드퀸, 숲을 달린다. 가도 가도 숲은 그대로이다.)

앨리스: 왜 죽으라 달리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죠?

레드퀸: 멍청아, 죽으라 달리고 있으니까 현상유지라도 하는 거야. 이리 달리지라도 하지 않음 우리는 도태돼. 그녀가 하버드에서 진행한 ‘러닝머신 실험’은 학생 130명을 대상으로 최대 속도의 러닝머신에서 5분 정도 달리게 한 실험이었습니다.

실험 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진짜 실험은 40년 간 이뤄졌다고 볼 수 있죠. 하버드가 그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당시 참가자들이 60세가 되자 직업, 연봉,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은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재능 때문에? 남들보다 IQ가 높아서? 그들의 공통점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지만, 러닝머신 실험에서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그릿(GRIT)’점수였다고 합니다.

* 그릿(GRIT)

'한계'에 다다랐을 때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이나 목표 지향성을 표현하는 심리학 용어.

타고난 재능보다는 ‘열정과 끈기‘를 말한다.

체력에 한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몇 발자국이라도 더 뛰었는가를 바탕으로 그릿 점수를 매겼고, 한계라고 느끼면서도 한 두 발짝 더 내딛은 사람들이 40년 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그릿이란 우리가 길러 갈 수 있는 ‘힘‘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한탄하기 전에 그릿이라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릿을 기를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

-작은 일이라도 끝내는 습관을 만들어라!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방향을 정하고 뛰어라!

-커다란 목표보다 내가 성취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목표를 그 날 그 날 세워 지켜라!

-정한 계획은 무조건 그 날 완성하라!

-무슨 일이든 ‘완료’하는 습관을 모셔라!

-포기 보다는 한 발 더 내딛어라!

그렇게 ‘완료’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면, 힘든 순간 포기하기보다 한발 내딛길 선택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끝까지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힘든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몇 발 쯤 더 내딛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죠.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고 포기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한계, 그 벼랑 끝에서 한 발자국 더 내딛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레드 퀸 효과에서 우리가 추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열정과 끈기’이지요. 붉은 여왕은 ‘그릿’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현대인은 무조건 “속도‘에 치열합니다. 그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도태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알아야 할 점은 많은 사람들이 재능의 한계에 부딪히기보다는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고 포기하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즉 중요한 건 열정과 끈기라는 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낮게 설정해 둔 자신의 한계를 깨버리고, 그 이상을 거머쥐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면 성공적인 삶을 향한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 테죠.

‘괜히 기웃거리지 않게!’

나의 작은 목표를 성취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 본지 컬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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