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에서 겨울에 잡히는 생선은 다 맛이 있다하여 특별히 겨울 생선을 꼽진 않지만 오랜 세월 미식가들의 경험으로 달별로 맛과 영양을 알리는 맛있는 10월의 생선은 갈치를 꼽는다.

그런데 해마다 5월쯤이면 산란을 마치고 동중국해까지 널리 서식하여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는 찬바람이 불어오는 9월과 10월이면 제주⋅남해안에서 제철을 맞는다.

몸길이는 1.5미터 정도로 칼처럼 길며 몸이 리본처럼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고 납작하고 배와 꼬리지느러미가 없이 등지느러미 목에서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이 생선을 칼치 또는 깔치라고 부르다가 칼 같은 생선이라 하여 ‘갈치(갈치, 刀魚)’라고 부르고 있다.

선조들은 연안으로 몰리는 조류의 길목에 이강망, 정치망, 안강망어선에서 어망을 설치하여 갈치를 잡았다.

그런데 요즈음 야행성으로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빛을 쫓는 특징 때문에 선상에 불을 대낮같이 환한 조명을 밝히며 떠다니는 어선에서 은백색의 싱싱한 갈치를 낚아 올린다. 갈치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은빛 휘황한 갈치들이 바늘에 걸려 모습을 드러내면 몸통을 퍼덕이며 파도처럼 출렁하지만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바로 죽는 갈치는 이제 남해안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되었다.

남해안에서 잡아 올린 갈치는 지방질이 적어 잘 상하지 않고, 담백하고 부드러워 가을철 별미로 꼽힌다. 갈치는 트립토판 성분의 함유로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자극하여 불면증을 개선해 주고 메티오닌, 리진, 페닐알라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 식품으로 성장발육과 체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는 생선이다.

그리고 위내 체류 시간이 길지 않아 소화가 잘되고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가스트린 호르몬을 덜 자극하여 위벽을 보호해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체내 중성지방 제거와 혈액순환 개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로 위 건강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능이 있다.

갈치 몸의 은빛 가루는 핵산의 일종인 ‘구아닌’에서 유래한다. 모조 진주의 광택을 내는데 쓰이고 립스틱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구아닌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어 표피를 제거하지 않으면 복통과 두드러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회로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구아닌은 가열하면 분해되므로 구이와 조림으로 익혀 먹으면 별미다. 또한 갈치는 암세포의 자멸사를 유도하는 요오드 함량이 다른 생선에 비해 높고 오메가3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꾸준히 섭취할 때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의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비타민A의 함량도 높아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 식품이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어민들은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와 선상낚시 은빛 갈치 축제 행사를 매년 9월에 진행한다. 선상에서 낚아 올려 살아있을 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갈치 회를 즐겨볼 수 있는 기회는 밤샘 낚시의 피로를 잊게 하는 거문도의 별미이다. 갈치는 회, 구이, 조림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최상의 품질의 남해안 갈치는 제철은 없지만 특히 가을이면 영양 가득한 생선이다.

“갈치제철 먹을거리는 잘 지은 보약 한 첩에 버금간다.”는 옛말이 있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들고 지쳐있지만 갈치음식으로 면역을 이겨 내보는 것은 어떨까? 특유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남해안 갈치는 신선하고 푸짐하여 회⋅구이⋅조림은 남도의 맛이 듬뿍 베어난 여수(麗水) 최고의 계절음식을 자랑하고 싶다.

◼ 윤문칠 (전) 민선 전라남도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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