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중앙동 악구전문식당 벽에 걸려있는 “아귀“ 한편의 시입니다.

툭 불거진 왕방울 눈깔, 가마솥뚜껑 같은 대가리. 지지리 못생겼어요.

흉직한 몰골이에요. 깊은 바다에 살지만 동작도 느려빠져서 안강망어선에 골 잡히고 해요. 옛 바닷고기 흔할 때 날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나도 맛있다고 찍 찌고 탕 끓이고 아귀아귀 먹느라 법석을 떫지요. 오늘도 난 인간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입 짝 악 벌리고 선술집 골목에 매달려 있어요.

남해안에서 겨울에 잡히는 생선은 다 맛이 좋다 하여 특별한 겨울 생선을 꼽진 않지만 오랜 세월 미식가들의 경험으로 생선 맛과 영양을 알리며 달별로 맛있는 생선을 찾지만 그래도 동짓날(11월)에 찾는 생선으로 물 텀벙 아귀를 제일로 꼽는다.

남쪽 사투리로는 아꾸 라고 칭하지만 표준어는 아귀이다. 한때 그물에 올라오는 물 텀벙 아귀는 재수 없다 하여 잡히면 그대로 벼렸고, 시장 바닥에 버려진 아귀도 많았다고 한다.

아귀의 몸은 점액으로 덮여져 있고, 길이가 30cm~1m 정도로 넓적하고 등은 회갈색, 배는 흰색, 머리 폭이 넓고 몸은 타원형, 입은 크고 입안에 날카로운 이빨과 수십 개의 수염 모양 돌기가 나있다. 워낙 못생기고 살이 적기 때문에 찜과 탕이 유행하지 전에는 생선으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버려지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물컹거리고 맛도 없어 보인다고 잡자마자 버렸고 이름까지 물텀벙으로 불리다가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아귀(餓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지금의 그때의 아귀가 아니다. 영양 덩어리라 불리며 아귀를 찾는 이가 많다.

못생긴 외형과 다르게 별미인 찜과 탕으로 대접받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예전에는 천대받던 아귀가 요즘은 최고 요리가 되고, 건강에 특효 있는 보약 생선으로 인기가 높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살이 장점이지만 사실 아귀는 ‘살 자체의 맛’만 보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밍밍한 생선인데 갖은양념과 콩나물 등의 감칠맛이 아귀의 흰 살과 만든 이의 정성이 만나 맛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본다.

싱싱한 아귀 살은 회를 떠서 식초에 찍어 먹고, 아귀포를 만들어 간식과 술안주로, 찜과 탕 요리로 많은 이가 찾는 별미 중의 별미가 되었다.

아귀는 약 85%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여러 가지 비타민 성분이 들어 있어 건강과 피부에 좋은 음식이다.

특히 아귀의 예(간)는 비타민과 불포화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체내의 콜라겐 합성을 활발하게 하고 피부와 점막을 구성하는 세포를 만드는데 관여하여 주름개선과 처짐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아귀 예(간)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서 거위나 오리의 간을 재료로 하는 프랑스 요리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더욱 맛을 낸다고 하여 일품으로 치기도 한다.

단백질과 여러 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도움이 되며 미네랄과 비타민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어 혈액 순환 개선에 좋고, 인과 철분 성분이 빈혈을 개선해 줘 보약 중에 보약으로 불린다.

아귀의 흰 살은 성인병 예방에 좋고 숙취해소와 혈압조절에 좋다. 비타민A가 풍부해 눈 건강도 챙겨주며, 아귀의 비타민 성분이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산화를 방지해 주어 노화를 늦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남해안의 아귀찜과 아귀 탕에 들어있는 예(간)는 항산화 활성이 높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거문도의 해풍 쑥과 미나리가 아귀가 만나면 보약생선의 아귀요리가 된다.

그 천대받았던 물텅벙 아귀는 보양식으로 다시 태어난 아귀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영양덩어리 보약 생선이다. 이 요리는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여인들의 손맛으로 만들어낸 코로나19 면역력을 높이는 여수의 음식을 자랑하고 싶다.

◼ 윤문칠 (전) 전라남도 민선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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