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목요컬럼>천상의 군병들

천상의 군병들 / 임보

한때 지상을 누비던 거구 맘모스는

지금 고고학 박물관에 뼈로만 남아 있다

손을 가진 인간들이 무기를 만들면서

세상을 주름잡는 권좌에 올라섰다

그 인간들이 불의 힘을 빌어

지상의 자연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산을 허물기도 하고 강을 막기도 하고

동식물의 종자를 개량하여 잡종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고얀 놈들 가만둬서는 안 되겠다고

조물주가 진노하여 천상의 군병(軍兵)을 움직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균병(菌兵)들

인간의 몸만을 공격하여 육신을 파먹는…

지상의 영장이라고 오만하던 인간들

속수무책 넋을 놓고 한탄하고들 있다

강자는 힘이 센 덩치 큰 놈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놈들이라니…

최후의 심판은 이렇게 오고 있는가?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가?

장군도 제왕도 신부도 목사도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코로나는 인간에게 경고하러 온 하늘의 군단이라고 임보 시인은 이 시에서 말합니다. 이 말씀에 깊이깊이 동의하는 바, 조금이라도 제 주변에서 제가 실천해야 할 일이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새해 첫 주말이 다가기 전에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비닐과 플라스틱을 덜 쓰려고 하지만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으니 할 말 다한 셈입니다. 부엌세제를 소다와 식초로 대신하고 있으니 그나마 변명은 되려나요.

요즘 코로나를 겪는 우리 세대의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는 무릎을 꿇고 빌어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우리 세대가 몇 천 년 자연이 이룩해 온 천연의 건강한 환경을 망가뜨려 더 이상 물려줄 깨끗한 환경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바다의 우림이라고 불리는 산호섬만 하더라도 마찬가지이죠. 산호의 가지 위에 해류 따라 모래나 그외 부유물이 쌓아 올려 진 침식과정이 일어나 산호섬이 이루어지는데 드는 시간은 약 십 만년 정도라고 하네요.

태평양 같은데 이런 산호섬들이 다 망가져간다는데, 코로나 이야기하다 웬 산호섬이냐고요? 이 두 가지 본질을 이야기하자면 쉬운 이야기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이야기이니까요.

코로나가 지구를 휩쓸고 있는데 마스크만 답인지, 지구를 살리려는 ‘행동’이 함께 해야 되지 않는지, 엊그제 꽃눈 터뜨린 개나리를 보니, 요즘 몇 해 그렇게 인간의 가을을 못 견뎌 꽃들이란 꽃들을 모조리 금치산자 만들어 놓더니, 결국 지구는 코로나란 병을 앓아버렸네요.

■ 본지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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