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앓았고, 폐 수술을 몇 번 하고서도 살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폐에 끔직한 통증이 옵니다. 그런 아픔과 통증에 시달리다가 그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쓰기"를 통하여 어떻게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지, 어울림을 통해 삶의 견딤이 어떻게 티나는 위로를 받는지 다음은 "글쓰기"에 대하여 그 사람의 견해를 피력한 글입니다.

<몸이 좀 안 좋으면 운동을 해서 근력을 키우면 통증이 줄어들고 활력이 생기죠. 마음이 혼란하고 아프면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글쓰기"란 저의 오랜 경험이고 저와 인연을 맺었던 마음이 아픈 분들과 했던 경험의 결과입니다.

운동은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지만 "글쓰기" 는 그런 것도 전혀 없습니다. 단정적으로 말씀드립니다. 효과 백, 천, 만 오프로입니다. 쓸 게 없는데 뭘 쓰냐구요? 애시당초 그런 전제는 필요 없구요, 있지도 않습니다.>

백 프로 찬성입니다. 정 쓸 게 없으면 러시아 욕이라도 써야 합니다.

예) 나 오늘 그, xx, 스키스키 무슨 스키 때문에 기분이 너무 나빴다. 죽이고 싶었다. ᆢ너무 기분 더럽다등등. 처음엔 이렇게 시작하는 거죠.

욕을 계속 쓰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 안에 들어 있는 상처들을 끌어내는 시도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다음 정제된 쓰기로 가는 겁니다. 그냥 쓰는 겁니다.

그냥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잘 쓸 이유 전혀 없다고 자신에게 타이르세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글쓰기"라는 욕구충족의 방법을 통해서 스스로 돌보는 방법들을 익혀 나가는 겁니다.

네, 인간의 마음을 정제하는 방식이 심산유곡 폭포 아래에서 합장하고 결과부좌 해야만 되는게 아닙니다. 인간은 발달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발달 욕구‘가 실현되지 않으면 어떠한 부면에서든지 ‘현상유지’라는 폭군에 시달립니다. 즉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발달’이라는 본능을 충족시켜야만 마음과 신체가 편안합니다. 그래야만 또한 정신적 건강성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2019년 9월 미국 텍사스대학교의 양리(Li Yang)교수와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연구팀은 ‘슬픔을 의인화하면 덜 고통스러울까? 사고를 의인화할 때, 슬픔 조절과 소모에 미치는 영향(When Sadness Comes Alive, Will It Be Less Painful? The Effects of Anthropomorphic Thinking on Sadness Regulation and Consumption)‘라는 논문을 소비심리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 120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는데 여성이 72명, 남성은 48명이었습니다. 이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실험을 했습니다.

한 그룹은 ‘슬픔이 무엇인지 설명하시오.’라는 요구를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슬픔이 누구인지 묘사하시오.’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 후에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슬펐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실험 결과, 단순히 슬픔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질문을 받은 그룹보다 슬픔이 누구인지 의인화 사고(anthropomorphic thinking)를 요구받은 그룹이 슬픈 감정을 자신들과 명확히 분리해서 인식하고, 슬픔 그 자체에 대해서도 심리적 거리를 둬서 감정에 휘말리는 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슬픔을 구체적인 사람으로 의인화하는 상상을 했을 때, 참가자들은 슬픔의 외모와 슬픔의 성격, 슬픔이 말하는 스타일 등으로 슬픔의 특성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모습을 보였고,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을 때 슬펐던 순간을 떠올리며 느낌을 이야기하라고 요구 받았을 때, 슬픈 감정을 복잡한 부정적인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 덜했습니다.

이 실험을 보면, 2015년에 상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떠오릅니다.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처럼 감정을 의인화한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실감 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여러 종류의 감정을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심란한 일이 있어도, 시간때우기 식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지혜를 반찬 삼아 독서 한 끼가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줍니다. 무리지어 날아가는 비둘기들의 은날개 위에 앉아서 뾰족해져가는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정적 생각이 치달리는 경우, 짜증의 화살은 엉뚱한 사람이 받음을 많이 경험하시죠? 이를테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 말입니다.

습관성 나르시시즘 같은 부정적 감정은 반갑지 않은 환절기처럼 자주 나타납니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혼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 책의 힘을 빌려서 회복이라는 푸른 숲의 오솔길을 걸으며 글쓰기를 해 보세요.

가족의 말도 타인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슬플 때는 책을 손에 잡고 전해주는 글자의 온기를 받아들이면 그 글자들은 강력접착제처럼 머리에도 가슴에도 달라붙어서 힘을 줄 것입니다. 그 힘을 더 받으려면 ’글쓰기‘가 제격입니다.

그렇게 부정적 생각을 떨치면서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옆걸음이라도 치는 게 인간의 속성이고, 정 안되면 뒷걸음으로 몸부림치는 게 인간의 욕구입니다. 하다하다 안되니, 뒷걸음치는 게 소위 “욕망‘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욕망에 짓눌려 있더라도 ’글쓰기‘가 사람을 회복시켜 줍니다!

 < 본지 컬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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