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삭발을 하는 생활형숙박시설 입주자들. (사진=웅천자이더스위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공)

“건설사 홍보 믿고 구입했는데 지금 와서 규제 강화… 국토부 직무유기”

(여수=리강영뉴스닷컴), 이현일 기자=정부가 ‘꼼수 아파트’라는 지적을 받는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입주민들은 국토부가 수년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불법거주자로 취급하는 등 뒷북 규제를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는 4월부터 개정 건축법이 시행돼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생활형숙박시설의 주택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 허위‧과장 광고로 사업자를 고발 조치토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분양된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로 사용 중이면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

여수시도 지난 22일, 보도 자료를 내어 “용도변경이 가능한 지역은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토록 유도하고, 이미 분양이 이뤄진 생활형숙박시설의 주택용도 사용은 건축법 상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므로 행정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지난 8년간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이제야 규제에 나서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전국주거형레지던스연합회 등 생활형숙박시설 입주자들은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생활형숙박시설이 도입된 2013년 이후 규제가 없었다. 8년간 성실 납부했는데 무슨 법을 어겼다고 불법 이행강제금이냐”라며 “직무유기한 국토부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냐”라고 시위를 벌였다.

레지던스연합회는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데 정부가 이행강제금만 물리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합회는 용도변경은 지자체의 지구단위 계획 변경이 선행돼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다 일반상업지를 주상복합지나 제3종 주거지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토부 방침은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또 “수년 전 건설사들이 생활형숙박시설이 주거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홍보해 이를 믿고 구입했다”라며 “그때는 단속을 하지 않던 국토부가 지금 와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8일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입주자들. (사진=웅천자이더스위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공)

■여수 입주자들 “우리도 피해자, 범법자 취급” 분통

여수지역의 생활형숙박시설 입주자들과 입주예정자들도 24일 호소문을 통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오피스텔·주택으로 용도변경 유도’, ‘강제이행금 부과대상’이라는 국토부의 개정안 자료 발표 이후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라며 “생활형숙박시설에 거주하는 것이 불법이었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시청, 세무서에도 실 거주 시 전입신고와 숙박업신고가 불필요하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숙박업신고를 해야 하고 용도변경 안하면 주거가 불법이라고 한다”라면서 “국토부의 유권해석으로 레지던스 실거주자와 입주예정자들이 범죄자가 됐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생활형숙박시설의 주택용도 사용은 건축법 상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발표에 대해 “주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법자로 몰고 가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라면서 “생활형숙박시설은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 기틀을 마련했으나 구체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한 법령 상 허점을 제공해 분양사와 시행사들은 숙박업 및 주거도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분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주거에 목적을 두고 분양했던 대부분의 생활형숙박시설은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상 허가 조건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숙박업 등록을 할 수 없다”라면서 “당초 숙박업을 목적으로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은 수많은 세대들은 완공 시점에 세무서로부터 숙박업 용도에 맞지 않으니 부가가치세 환급분을 반납하라는 통지를 받고 반납 후 주소를 이전해 거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 여수시는 지난해 생활형숙박시설인 웅천 ‘포레나 디아일랜드’ 입주민을 위한 전입신고 현장민원실을 운영했다.

이들은 “법을 준수하기 위해 정부의 지시를 따랐는데, 이제 와서 국토부는 거주 불가 건물이니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라며 “도대체 누구의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어 “숙박업을 목적으로 분양 받았다가 제도적 모순으로 인해 허가를 취득하지 못하고 입주할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피해 분양자들에게 불법 전용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당키나 한 조치인지 묻고 싶다”라고도 했다.

이들은 “굳이 강제이행금을 부과해야 한다면 수분양자들이 아닌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해 막대한 이득을 취한 분양 주관사가 대상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애초에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가능하도록 법령상 빌미를 제공한 정부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어떠한 반성도 없이 힘없는 입주자와 수분양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개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토록 유도한다는 안내에 대해서도 “주거용으로 전용하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공동주택으로의 요건, 용적률 및 건폐율, 세법 적용 등 조건에 부합되는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면 온돌이나 전열기 등 바닥 난방을 설치할 수 없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이라면 당연히 뜯어 고쳐야 하지만, 소수 국민을 희생양 삼아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며 “기존 법에 맹점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면 이미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지난 18일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입주자들. (사진=웅천자이더스위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제공)

김병옥 여수웅천자이더스위트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웅천자이더스위트(누림디앤씨)는 2018년 2018 대한민국 건설상 부동산개발부문에서 국토부장관이 주는 대상을 받았다”라며 “국토부가 버젓이 상을 줘놓고 이제 와서 레지던스에 사는 사람에게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하고 범법자 취급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라고 했다.
 

김 회장은 “(국토부가)건설사와 같이 사기를 치고 국민들을 속인 것이냐.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국토부가 8년간 방치하고 방조한 책임을 회피하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건 용납할 수 없다”라고 격앙했다.

그는 “여수시도 생활형숙박시설 입주민을 위해 ‘찾아가는 전입신고 현장민원실’을 운영했는데, 지금에 와서 전입신고가 안 되고 이행강제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자체와 입주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주택 용도로 생활형숙박시설을 사용하는 기존 주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수시는 국토부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시 허가민원과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상위법이 바뀌면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입신고를 기준으로 행정지도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주택이 아니면서도 전입신고를 받는 기숙사나 요양 병원 등도 모두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돼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수의 생활형숙박시설. (사진출처: 리강영뉴스닷컴 @)

■경관 사유화·난개발 지적

용도 상 숙박시설인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은 건축법이 아닌 공중위생관리법 적용을 받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을 말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대시설과 주차장 설치 등 관련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주차장도 일반 아파트보다 적게 만들어도 문제가 없고 입주민 자녀들이 다닐 초등학교 등 공공시설물을 지어야 할 의무도 없다.

투자적인 측면에서는 취득세 중과 및 보유세 부담에서 자유롭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주거시설과는 달리 대출에서도 자유롭고, 분양 뒤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부산이나 여수의 생활형숙박시설을 보면 대부분 노른자위 땅이나 빼어난 조망권을 자랑하는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아파트와 비슷한 주거 시설이지만 ‘숙박시설’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피하고,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생활형숙박시설 장점으로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전매제한, 대출규제도 피해 가는 점을 들어 소비자에게 홍보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은 전국에 약 6만 명에 달한다. 2016년부터 2021년 2월 2일 현재까지 여수시에 준공된 생활형숙박시설은 12곳 2393실이며, 시공 중인 현장은 6곳 2381실, 신청예정지는 3곳 1010실이다.

여수시의회 이상우 의원은 지난 17일 제208회 임시회 10분 자유발언을 통해 “생활형숙박시설은 상업용지에 들어 설수 없는 주거시설을 대신해서 조망권이 좋은 해안가 쪽에 생활형숙박시설을 인가 받은 후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거주하면서 공공재인 경관을 사유화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차장도 일반 아파트보다 적게 보유하고, 초등학교 등 공공시설에 대한 의무분담금도 없어, 고층화로 조망권 침해 등 각종 규제는 피하면서 아파트처럼 분양해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을 부추기는 꼼수 아파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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