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라는 단어는 첫째 딸이 자라면서 심심찮게 ‘계모’라는 말과 함께 덧붙여 제게 사용한 말입니다. ”너는 그 마녀 딸이야!“라고 응수하면서 좀 야단스러운 사춘기여행을 이제야 저와 딸은 잘 마친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폐북에 2019년도 방콕에 불려가 화웨이 노트북 광고를 찍은 큰딸 광고 사진을 올렸는데요. 꾸준히 댓글 잘 달아주시는 폐친과 또 마녀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 마녀 맞습니다. 하하“라고 했더니 그 분이 이렇게 응수하라고 시키시네요.

”마녀 없었음 니도 없었다!“라고요. 정말 강력한 한 방이지 않아요? 이젠 다 컸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 싶으면서도 만약 또 마녀 이야기가 나오면, 이 말 꼭 써먹으려고 합니다.

마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멋쟁이 모자 하나가 눈에 선합니다. 끝이 말려 올라간 그야말로 마녀 모자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 잘 쓰고 다니는데 그 모자가 또한 평범한 일상에 너무나 멋들어지게 잘 어울리는 입체적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 마녀모자가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냥 여러 겹의 공간을 가진 조용한 분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어울리는 모자를 제가 써봤는데 저는 영, 신통찮았기에! 그 입체적 공간은 개인의 공간이기도 하고,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서사이기도 하는데, 통 어울리지 않았던 것을 보니 저는 아마 판케익과인가 봅니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 보면 성당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스테인드글라스! 그 아름다운 유리들의 입체적 색깔에 홀린 적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도 그렇게 고통과 시련의 이음새라는 연결을 통해 그 유리처럼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을 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칸딘스키의 절제된 작품 같은 그 창문들이 눈에 선합니다.

마녀 모자는 원래 영국의 싸구려 읽을거리에서 등장했습니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는 유대인을 차별하기 위해 끝이 뾰족한 모자를 강제로 씌웠다고 말하기도 하죠.

빗자루를 탄 마녀그림은 1440년께 프랑스 수사본에 처음 소개됩니다. 1453년 남자 마녀들은 하늘을 날게된 까닭을 모진 고문 때문이었다고 고백하죠. 1798년 고야는 하늘을 나는 남자마녀들을 그렸습니다.

마녀 모자는 18세기 초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때 "백인 우월주의에 저주를 내린다" 손팻말을 들고 마녀모자를 쓴 시위대가 이슈가 된 적도 있지요.

호손이 주도한 마녀사냥은 정치적으로 여성이 희생된 경우이고요. 현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마녀가 주는 어감이란, 우리 사회가 소수자에게 붙여준 차별의 대표적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 사후약방문이냐고요?

딸과 저는 관계회복을 잘했기 때문에 ”마녀가 없었음 니도 없었다!“라는 절창을 대꾸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 ”지지하고 기다려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그대로 실천했고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딸과 거리를 두고(밖으로 나가거나, 자리를 피함), 심호흡을 하거나, 숫자를 거꾸로 세어 0까지 세거나 등등, 절대 맞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요.

아! 저 말 써먹어야 하는데!!!

◆ 박주희: 본지 교육문화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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