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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목요컬럼 >내가 풍경이 되는 시간!
박주희 컬럼니스트 | 승인 2021.09.23 13:24

그러나 함께 있으되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칼린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예언자』류시화 옮김, 열림원, 2002)-

칼린 지브란의 이 문장 하나를 참 좋아해서 올려 봅니다. 부부관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렇게 적당한 간격이 있어야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싶어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라는 팔찌 하나씩을 손목에 두르고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라는 팔찌를 하나 찼을 땐 참 평안합니다. 팔찌끼리 부딪히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두 개, 세 개로 늘려보면 팔찌들이 서로 부딪혀 소란을 떨지요.

인간관계 중 특히 가족을 이루고 사는 부부란 더 그런 존재이겠죠.

부부관계를 머리가 둘 달린 뱀으로 치환하면 어떨까요?

공동의 적 앞에선 함께 힘을 모으기도 하지만 각기 따로 일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서로 으르렁거리며 몸 하나인 두 개의 머리가 싸우고 있는 광경, 아이들에겐 공포영화겠지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이 떠오릅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겸손해지는 연습. 내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 봄이 어떨까요.

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다 알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신만이 가능한 영역이겠지요. 타인의 진심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 한다’라고 믿는 경향이 많지요.

왜 아이들은, 남편은, 친구는, 부모님은 내 속을 몰라줄까요? 저는 이만큼 노력했는데......

이제 배신감마저 들고요, 어쩔 땐 안타까워요,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요. 이런 나의 진심을 몰라주다니, 그 사람이 이해가 안 되네요!

도움이 되라고 한 말들이, 잘되라고 한 말들이, 서로 잘해보자고 건넨 말들이 상대방에겐 자신을 왜곡시키기만 하는 잔소리쯤으로 들리는 건 아닐까요? 각 사람마다 그 사람을 둘러싼 삶의 맥락이란 게 있을 것이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니까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투사해서 다른 사람의 진심, 욕구나 이상을 재단하고 자신에게 딱 맞게 맞춤옷을 만들어 입었다면 얼른 벗을 일입니다.

나와 상대방을 위해서, 무엇보다 내 자신이 외롭지 않기 위해서!

너무 많은 말들을 내 바깥으로 흘러 보내 넘치지 않아야 될 일입니다.

멋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해석하고, 자기 기준으로 읽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독심술’이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사람들은 불편해하기 마련이지요.

왜, 내 마음대로 독단하고, 해석하고, 생각해 버리니까요.

다른 사람이 내 말을 잘 따라야 한다고 믿고 계시나요, 혹시 외롭지 않나요?

물론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말한 정호승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의 진정성을 쉽게 생각하거나 말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전혀 하나도 모르겠다고 가족들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다.

네 생각이나 의견은 어때? 기분이 어떠니?, 등등, 그래야 가족이라는 풍경, 부부라는 풍경을 침묵할 수 있습니다. 침묵, 고요, 적요, 평온, 성찰과 반성을 이끌어오는 마음정화의 시간, 내가 풍경이 되는 시간입니다.

◆ 박주희 :본지 교육문화 컬럼니스트.

박주희 컬럼니스트  hee8252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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