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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 악연으로 얽힌 정치인들…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
리강영 선임기자 | 승인 2021.11.23 11:42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이 2015년 11월25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의 손을 잡는 모습. 2015.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리강영 선임)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출신으로 5·18 강주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같이 인권 탄압의 오명을 입은 전 전 대통령은 생전 민주화 운동 세력과도 작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전두환 신군부 당시 야당 인사였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박정희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집권 뒤에는 고인이 거리를 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악연으로 꼽힌다.

◇'가장 뜨거운 정적'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35년 악연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겁게 부딪친 정적'으로 평가받는다.

1980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한다. 이틀 뒤 김 전 대통령은 군인 병력에 둘러싸인 자택에서 계엄정국 해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택 연금은 향후 1년동안 지속된다. 김 전 대통령은 1982년 두 번째 가택연금에는 23일동안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단행한다.

1993년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기반이었던 군부 사조직 '하나회'를 해산했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해 '역사 바로세우기'를 선언해 군사정권을 수사했다. 그 영향으로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구속됐고 1997년 대법원에서 반란수괴죄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김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전 전 대통령은 복권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악연은 2015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끝을 맺는다. 전 전 대통령은 서거 나흘째에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당시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자리를 떠났다.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1982년 전두환 정권 당시 이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길에 올라 일반승객이 전혀 없는 노스웨스트 항공기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모습.(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9.6.12/뉴스1


◇'내란음모'로 사형 판결→23년만에 무죄…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가장 긴 세월 정치 탄압을 받은 인물 중 하나다. 1980년 5월17일 전두환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을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했다.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서막이었다. 이듬해 김 대통령의 사형이 확정됐지만 신군부는 국제사회 압박에 무기징역으로, 이어 20년형으로 감형한다.

1982년 '다시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 미국 망명길에 오른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한민주당(신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 총선 사흘 전 2년여 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총선에서 신민당은 제1야당에 등극했고 1987년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이 포함된 6·29선언을 수용했다. 비로소 김 전 대통령은 온전한 정치적 자유를 되찾게됐다.

1998년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퇴임한 뒤 자신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대법원에 청구, 이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2009년 8월 전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해있는 김 전 대통령을 찾았다. 그는 이희호 여사에게 "김 전 대통령이 현직에 계실 때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외국 방문한 뒤 꼭 청와대에 전직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성대하게 준비해주셨다. 잘 얻어먹고 나면 또 선물도 섭섭치않게 해주셨다"고 했다. 나흘 뒤 김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전 전 대통령은 영결식을 찾았다.

 

2007년 6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해 공관을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노무현 재단 제공) 2015.5.22/뉴스1 © News1


◇'5공 청문회'로 일약 스타덤에…노무현 전 대통령

전 전 대통령은 1989년 제13대 국회에서 열린 '제5공화국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광주민주화 운동의 무력진압 경위를 밝혔다. 그는 "5월22일 자위권 발동도 가능하다는 계엄사령부의 작전 지침이 지휘 계통으로 하달된 것으로 알고있다"며 당시 지도부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과 야당 의원들 사이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하면서 청문회는 잠시 정회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자리를 뜬 상태에서 당시 초선 의원이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명패를 연단을 향해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회의라면 집어치우는 게 좋겠다는 솔직한 감정을 제대로 잘 다스리지 못하고 명패를 텅 빈 연단에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회의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업적으로 국민소득 급증·흑자경기 전환 등을 나열하면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기 잘못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염치를 아는, 창피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과거 문제에 매달려있는 동안에도 세계는 쉼없이 변하고 발전해왔다"고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5공 청문회는 별 소득없이 끝났다. '초선의원 노무현'이 첫번째로 마주한 현실 정치의 한계였고 전 전 대통령이 그 가운데에 자리했던 셈이다.

2003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한 노 전 대통령은 취임경축연회에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초청해 "오늘 이 자리에 나와주신 데 대해 더욱더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악연을 대승적으로 봉합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같은날 수술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의 악연 떄문에 일부러 수술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News1

◇아버지의 인연이 악연으로…박근혜 전 대통령

1976년 시작된 둘의 관계는 5공화국 들어 악연으로 뒤바뀐다. 전 전 대통령이 민심 수습 방편으로 박정희 유신 정권과의 선긋기에 나선 탓이다. 그는 박정희 시대를 부정부패와 비리의 시대로 규정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마음봉사단'을 강제 해산, 이 단체가 운영하던 골목유치원을 폐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6년간 아버지의 추도식을 열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냉정했다. 그는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2002년쯤 박근혜 의원은 나에게 사람들을 보내 자신의 대권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해왔다. 나는 생각 끝에 완곡하게 그런 뜻을 접으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박 의원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2011년에는 대선 후보로 선출돼 승승장구한다. 취임 인사차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지만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찾지 않았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 전 대통령은 반격의 칼날을 들이민다.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이듬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검찰은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꾸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와 일가, 회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존경하고 모셨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이 그렇게 했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전 전 대통령의 총 추징금 2205억원 중 아직 환수되지 않은 추징금은 970억원이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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