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대선의 화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정성장을 통한 기회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 윤석열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공정’이라는 말뜻이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함’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두 형제가 부모재산 10억을 물려받는다고 가정해보자. 형은 부모를 봉양했고,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면 형에게 조금 더 많은 유산이 물려진다해서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다음에는 하나씩 가정을 더해보자. 만약 동생이 사업상 급하게 돈이 더 필요하다면?

그 다음에는 형은 부모를 봉양할 때, 1억원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면?그 다음에는 애초에 동생은 형의 대학등록금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업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각각의 가정이 더해짐에 따라 독자들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10억원의 유산을 어떻게 나누어야 ‘공정’한 것인가?

<오징어게임>이라는 넷플릭스 9부작 드라마가 전세계 1억명의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한다.대유행이었다.

각 게임은 모두 기괴한 내용이고, 불공정해 보이는 것이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졌고, 모두 자발적인 참여자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한 개인의 행운과 줄서기에 좌우되는 게임이다.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정’한 게임이다. 모두 평등한 입장이니 말이다.

학벌에 좌우되는 아이들의 미래도, 돈과 자본이 우선되는 사회도,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젊은층도, 모두 그들이 보는 ‘공정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에게 보편타당한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공정함’이란 철저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정치인들은 공정함을 매개로 개별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하지만,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정함’에 대한 인식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공정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본가가 이야기하는 공정함과 노동자가 이야기하는 공정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이야기하는 공정함과 젊은층이 이야기하는 공정함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치인들이 공약으로서 ‘공정함’을 이야기한다면,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공정’에 집중할 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본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판단해보는 일이다.

과연 있는 사람을 편 들어왔는가?

없는 사람을 편 들어왔는가?

본인을 위한 ‘공정’인가? 국민를 위한 ‘공정’인가? 소수를 위한 것인가?

다수를 위한 것인가? 누군가 ‘공정’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말하는 것이고, 무엇을 하기 위한 ‘공정’인지를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조자룡 헌창 쓰듯이 ‘공정함’을 이야기하며 현혹하겠지만, 진정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통분모로서의 ‘공정함’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 강화수: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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