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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수의 姜和麗秀>“때 아닌 멸공논란”
리강영뉴스닷컴 | 승인 2022.01.17 11:04

대선 선거판에 난데없는 <멸공>이 화두다. <멸공>은 사전적으로는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망시켜 없애다’라는 의미이다. 신세계 부회장인 정용진씨가 얼마전 SNS에 <멸공>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연이은 해명을 통해 <멸공>은 북한정권을 향해 한 말이었다라고 하거나,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고 했다. 박멸의 대상이 공산주의 이념이나 정치세력으로서의 공산당만을 의미하고, 그것이 사업가로서의 하소연이나 하다못해 신념이었다 해도 어느정도 용인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 논란이 정치권 대선판으로 번지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마치 일베인증놀이를 하듯이, <멸공>을 SNS에 올리고 있다. 급기야 유력 대선주자가 신세계 이마트를 굳이 찾아가서 여수멸치와 콩을 사들고, 장난스러운 웃음기를 띤 표정으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하필 여수멸치를 들고 <멸공> 인증샷을 찍는 모습은 정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멸공>은 단순한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과 정치적인 주장이 달랐던 세력을 공산당 또는 공산주의자, 빨갱이라 지칭하고, 탄압하며 심지어 학살하고, 사형시켰던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였다. 특히 여수멸치를 생산한 우리지역은 이념에 의한 피해를 가장 큰 지역이었다.

1948년 여순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추정컨대 1만여명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지역이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다수는 재판도 없이 총살되었고, 그 후손들은 수십년간 숨죽이며 살아왔다.

연좌제의 고통은 대를 이었고, 80년대까지도 낙인이 찍힌채 살 수밖에 없었다. 당시 피해는 어른아이, 남녀 상관없었고, 여수를 포함해 전남동부 지역 곳곳이 핏빛 사연으로 얼룩지게 되었다. <빨갱이>라는 단어도, <골로간다>는 단어도 이 비극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는 이유로, 어떤 이들은 군용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조금 윗지방에서는 죽을 사람의 수를 정해 가구별로 할당해서 학살이 진행되었다. 아들들이 다 죽어 대가 끊길까봐 막내오빠 대신 처형장으로 끌려간 꽃다운 나이 처자의 사연이 담긴 산동애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념전쟁의 상징이자, 생과 사를 나누는 단어, 인간이 인간이 아니었던 시대의 상징이 <멸공>이다. 좌우를 나눠 학살을 자행했던 정치적 프로파간다였다. 정용진 회장의 이야기처럼 한가하게 중국과의 관세이야기, 북한에 대한 경제적 리스크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다.

또, 대통령후보자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쇼핑을 가장한 일베놀이에 도용하기에는 역사적 무게가 너무 큰 문제이다. 때 아닌 멸공논란은 단기적이고 정치-정략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계책에 불과하겠지만, 이를 듣는 누군가는 큰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강화수: 민주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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