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 대표들은 새삼스럽게 진정성도 내용도 없는 사과를 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국회의원 후보들은 지역구 주민들에게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해 오히려 신뢰감을 반감시켰던 이번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때 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말은 막상 선거가 끝난 후에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와 허탈감만 남긴다. 정치인들의 식언과 기만적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유권자들이 선거가 끝나면 모두 기억상실증에 걸려 더 이상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준엄히 묻지 않기 때문일까?

국민들은 그동안 각종 선거를 치러 오면서 '지역주의'와 '색깔론'에 넌덜머리가 나게 되었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 정당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지역에서는 예외 없이 무차별적이고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를 선동하거나, 엄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한 안보문제를 이슈로 삼아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도 고질적인 지역주의나 색깔론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던 것은 우리 정치역사에서 또 하나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사법당국은 이번 선거에서 선거법을 위반하여 당선된 사례를 눈을 부릅뜨고 발본색원하여 엄단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각 정당은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성을 갖고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말을 실천해야 한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행복을 위한 급선무가 무엇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20대 국회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양극화된 우리 사회를 '하나된 사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청년실업률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창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N포세대나 헬조선이라는 단어들을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젊은이들의 분노만이 하늘을 찌르는 것은 아니다.

폐휴지와 빈 병을 며칠간 주워 모아 겨우 라면 몇 개 사서 끼니를 때우는 노인들이 우리 주위에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약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1위라고 한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고, 재원이 들어가는 사회안전망 구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정쟁을 그치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민생을 챙겨야 한다. 조선시대 정약용 선생이 도탄에 빠진 민초의 삶을 보면서 지었다는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는 '식위정수(食爲政首)' 즉, 먹고 사는 일이 정치의 으뜸이라고 갈파했다.

현재 정부가 재정을 풀고 있는데도,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재정적자와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경제성장률과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의 삶은 눈에 띄게 팍팍해졌는데도,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대·중소기업의 상생,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보호 등 근본적으로 경제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차제에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각 당은 세종시에 국회분원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계획이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론'에 의해 반토막이 나기도 했었지만,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모처럼 긍정적인 발상이다.

중앙부처간의 긴밀하고 효율적인 업무공조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국회분원이 아니라 '본원'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국회가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주중에 가방을 들고 서울로 가기 위해 오송역에 나와 있는 공무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세종시의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출장 명목의 상당 부분이 '국회업무'라고 한다. 인력의 낭비와 비효율성은 물론, 헌법상 의무인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국회의 이전을 서두를 때가 되었다.

이제 한 바탕의 선거놀음이라는 잔치는 끝났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각자 선 자리에서 '본분'에 충실하도록 하자.

리강영 대표 기자  yosul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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