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스튜디오에 초대한 대표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는 태극기를 KBS로고로 덮은 채 방송을 내보냈다. 즉 국가에서 대표 선수들에게 지급한 단체 유니폼에 일개 방송사가 버젓이 태극마크를 덮는 상식 없는 짓을 감행한 것이다.

▲KBS 스튜디오에 출연한 정영식 서효원 선수의 가슴에 있어야 할 태극기 대신 그 자리를 KBS로고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KBS 생방송 화면 캡쳐 © 임두만

KBS는 18일 오전 리우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선수인 서효원, 정영식 선수를 리우 현지 스튜디오에 초대해 대담을 나눴다. 탁구가 선전을 했음에도 남자대표팀은 중국과 4강전에서 패배했으며 여자 대표는 싱가폴과 8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뒷 얘기들을 나눈 것이다.

그런데 KBS는 이 두 선수의 가슴에 붙은 태극마크를 KBS로고로 덮는 어처구니없고도 비상식적인 짓을 감행했다. 특히 이날 이들 선수가 입고 나간 유니폼은 국가가 지급한 대표팀 복장인데 이들 복장에서 태극기를 삭제한 것이다. 따라서 KBS의 이 사건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수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금메달을 땄으므로 우리나라를 강점한 일본국기를 손 선수의 가슴에서 지워버렸다. 그래서 이 사건은 국민들의 울분을 달래주기나 했다. 특히 손기정은 당시 우승자 서명에서 일본명 ‘손기태이’가 아닌 한국어 이름 ‘손기정’으로만 서명했으며 그 옆에 한반도를 그려 넣기도 했으며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조국이 한국이라고 밝혔다.

이후 동아일보는 그러나 신문이 정간되고 많은 기자가 고초를 당했다. 귀국한 손기정을 일본경찰은 철저히 감시했다. 마치 사상범을 다루듯 몸을 검색하기도 했다. 그는 “마라톤 우승을 반납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가슴에 붙은 국기가 갖는 상징성을 가장 잘 표현한 사건이다.

그런데 KBS는 엄연히 대한민국 대표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는 태극기를 대표선수들 가슴에서 지워버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KBS는 국가가 부끄러운가? 국가 위에 KBS가 설 수 있단 말인가? KBS에게 대한민국과 태극기는 지워버려야 할 존재인가? KBS는 당시 손기정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동아일보가 가진 반일감정에 못지않은 ‘반대한민국 감정’이라도 있는가?

KBS는 대답해야 한다. 스튜디오 현장을 보면 의도적으로 KBS가 태극기를 지웠다는 것을 증명한다. 선수들 가슴에 붙어 있는 KBS로고는 진행자들 가슴에도 동일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KBS 스튜디오에서 대담 중인 정영식 서효원 선수의 가슴에 있는 KBS로고가 방송 진행자의 가슴에 동일하게 붙어 있다. KBS 생방송 화면 캡쳐

이것을 보면 KBS는 자신들의 스튜디오에 출연하면 국가대표선수라도 가슴에 KBS로고를 붙여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KBS는 국가 공영방송이다. 그런데 현재 이 방송은 공영이란 말이 부끄럽다. 권력의 눈치나 보고, 민심과는 괴리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거기다 이번에는 이런 방송사 따위가 국가 상징하는 태극기를 지워버렸다. 마치 국가대표선수가 국가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나간 것이 아니라 KBS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간 것과 같도록 했다. KBS가 국가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했다.

이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KBS는 즉각 해명하고 이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 시청료를 내면서 KBS를 존재하게 할 필요가 없다. KBS의 맹성을 촉구한다.

임두만 컬럼니스트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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