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쪽 인근에서 규모 5.0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파를 탐지해 낸 영국 런던 지진연구소 등 전문기관과 우리 기상청은 이 지진파를 인공지진으로 보고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 발표했다. 이후 북한 측이 핵실험 성공 사실을 공개함으로 이 인공지진은 핵실험에 따른 지진임이 최종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인공지진이 핵실험으로 판명되었음에도 우리 국민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다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는 물론 중국 러시아도 포함 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김정은 제거작업’ 운운하거나 심지어 우리도 핵을 개발하자거나 미국의 핵잠수함이 달린 7함대의 무력시위에 더 나아가 전술핵 배치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12일 밤 8시 32분, 경북 경주에서 리히터 지진계 5.8의 자연 지진이 일어났다. 그에 앞서 당일 7시 44분 진앙지가 거의 같은 지역에서 진도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 지진은 지진파 탐지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의 강진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와 함께 1차 지진에 놀란 시민들에게 2차 지진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지진 지역에서 가까운 경주 울산 등지의 상가에 진열된 상품이 쏟아지거나 지붕의 기와장이 깨지는 등 지진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진앙지에서 25km지점에 있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와 인근의 방사능폐기물처처리장, 또 52km지점에 있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지진 영향이었다. 이미 방송들은 진앙지와 월성원전 거리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울산 LNG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을 보도했으며, 진앙지와 고리원전 거리만큼의 부산 금융센터가 핵심인력만 남기고 전원 철수했다는 뉴스가 뒤따랐다.

이윽고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지정무렵 경주에 위치한 월성 원전 1~4호기를 모두 가동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연이어 발생한 규모 5.1과 5.8 지진으로 추가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이날 밤 11시 56분부터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했다는 소식도 이어서 나왔다. 이런 뉴스에 이어 코레일은 KTX의 서행운전, 삼성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 가동 일시중단, 울산 석유화학공단 위험물 유출 우려, 해운대 고층건물 휘청 같은 뉴스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국민들에게 북한 핵실험 뉴스는 안중에 없었다. 모든 미디어 모든 SNS는 지진 소식으로 뒤덥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양산단층이 지나는 진앙지와 고리원전 월성원전 방패장 등은 같은 단층지형이라는데 두려움이 더해진  때문이다. 지진의 진앙지가 그나마 육지여서 지지해일의 우려가 없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추후 지진은 우리의 동해안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데 두려움을 느낀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동쪽 179km 지점 해역에서 규모 9.0의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은 도호쿠의 이와테 현의 미야코에서 40.5m에 달하는 강력한 쓰나미를 발생시켰고  센다이 지역에서, 10km 내륙에 이르기까지 나아갔다. 미야기 현을 중심으로 한 태평양 연안 도시들은 쓰나미가 강타하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2012년 9월 12일, 일본 경시청은 공식적으로 사망 15,878 명, 부상 6,126 명, 실종 2,713 명 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냈으며, 건물 254,204동은 반파 129,225 동은 붕괴, 691,766동은 부분 손상, 그 외 많은 구역에서 화재와 댐 붕괴 도로와 철로 손상에 약 440만 세대는 전기 없이 남겨졌고, 150만 세대는 물 없이 남겨졌다. 특히 인근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 피해를 입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를 쓰나미가 침수시켜 엄청난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 방사능 누출 사고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의 최고 단계인 7단계(Major Accident)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초기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km구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키고 출입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당시 아사히 신문은 후쿠시마에서 400km 떨어진 시즈오카 현의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세슘-134 등 5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세슘-137이 15,000테라베크렐로, 89테라베크렐이었던 히로시마 원폭 리틀보이의 168.5배라고 밝혔다. 이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도 계속 원자로에서 방사능 물질이 공기중으로 누출되고 있으며, 빗물과 원자로 밑을 흐르는 지하수에 의해 방사능에 오염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로 계속적으로 누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인근 지대뿐 아니라 일본 동북부 전체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은 추가 도발도 예고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올 수도 있고 각종 테러 국지 도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다"고 밝혔다. 3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치한 가운데 대북문제의 초당적 합의를 요구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다시 지적하지만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이 유출시킨 방사능물질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의 168.5배다. 경주에서 월성은 25km지점이고 고리는 52km지점이다. 동일본대지진 진앙지는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79km 지점 해역....이 해역에서 후쿠시마 원전까지 거리는 200km도 넘는 거리다. 이 먼 거리지만 지지해일은 손 쓸 틈도 없이 밀어닥쳐 원전을 초토화시켰다.

이 하나의 사건으로도 지금 우리에게 현실적 두려움을 주는 것은 북한 핵이 아니라 월성과 고리의 원전이다. 따라서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을 북한 핵실험이란 돌발변수에 의존, 넘어가려고 전쟁위험까지 말했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대통령은 설사 전쟁위협이 존재해도 이를 공개적으로 발설하면 안 된다. 민심의 동요는 국론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기반 확립을 위해 전쟁위험을 말하고 이를 기회로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려 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회담장을 나온 야당 대표의 입에서 ‘안보강의’였다고 했을까.

그러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우리가 두려운 것은 북한의 핵위협보다 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동요하지 않던 민심이 경주 지진에는 엄청난 동요를 일으킨 것에서 너무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대통령도 여당도 국민안전처도 이 민심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 정치를 할 수 있다. 정상적 정치라야 재난의 위험에도 정상적 대비가 가능하다.

리강영대표 기자  yosul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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