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이 응답률 10% 이하의 신뢰하기 힘든 조사이긴 하나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40%대로 전 대선주자 중 1위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리얼미터의 발표내용을 보면 2월 4주 정례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42.7%였다. 이 조사의 5일 평균 패널은 1,006명, 그러나 응답률이 9.6%다.

현재 호남지역 인구는 전국의 10.1% 수준이다. 따라서 이 여론조사는 호남 전체 약 100명의 응답자를 위해 1,000여 명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이들 중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2명,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21명 정도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숫자로 민심이 어떻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특정인은 수없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만 특정인은 평생 1회의 여론조사 전화도 받아보지 못한다. 이는 결국 여론조사 기관의 패널추출 방식이 일정한 패턴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현재 호남 지지율은 이전의 야권 1인자에 비하면 반토막이다. 따라서 문재인은 호남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한다. 좋은 일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의 호남지역 방문과 고군분투는 그때마다 다시 악재가 되는 헛발질일 때가 많다. 어제 jtbc 뉴스룸 대담이 끝난 뒤 진행된 소셜라이브에서 “안보 불안, 친문패권, 호남차별, 카리스마 없다, 대통령 다 된 줄 안다는 다섯 가지 중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호남차별이 가장 악의적”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바로 그렇다

그는 이날 “호남차별은 저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고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다시 그의 발목을 잡는 악재다. 이 발언에 대한 호남지역의 비난이 심상치 않다. 아직도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비난이다.

근본적으로 차별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차별을 당한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집단 이지매의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집단 강간사건 가해자나 가해자 부모들이 자신과 자녀들의 변호를 위해 경찰에서 법정에서 강간 피해자를 ‘행실이 나쁜 여자’ 또는 ‘노출이 심해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등으로 다시 죽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남에서 문재인과 참여정부가 호남인사 차별을 했다는 여론은 팩트다. 그런데 이 팩트는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기만 하면 사실적 해명이 가능한 팩트가 된다.

노무현 이전 정부는 김대중 정부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많은 호남출신 직원들은 노무현 청와대 입성 후 보따리를 쌌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이다. 보따리를 싼 호남인들은 부산출신 문재인에 의해 밀려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

새 집권자는 자신의 집권을 위해 일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이에 그들을 청와대 요직에 발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앞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직원들은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그런데 그 물려줘야 할 직원들이 김대중 전임자가 호남출신이었으므로 당연히 호남인사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면 “호남출신 자리 영남출신에게 줬다”는 팩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재인은 무조건 아니라고만 한다. 그리고 아니라는 이유로 퉁계를 제시한다. 그러나 그 통계는 이전 정부인 김대중 정부에 비하면 호남출신이 현격하게 적다.

그렇다면 문 전 대표는 “다른 지역이나 인구비례에 비해 적지 않다”고 말해야 하지만 “호남출신을 누구보다 중용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틀렸다. 다시 말하지만 이전 정부는 정말 호남출신들이 중용 당했던 김대중 정부였다.

대통령이 호남출신이어서 유달리 호남출신을 골라 중용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에서 김영삼까지 40년간 차별당하며 한직에만 있던 능력 있는 호남출신들을 능력에 맞게 등용하여 썼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인사정책은 호남중용 호남우대가 아니다. 다른 지역 출신에 비해 오랜 시간 동안 차별당한 호남지역 인사들을 균등하게 등용하는 탕평책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탕평책으로 등용된 호남출신들이 영남출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영남출신 측근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당연히 밀려난 이들은 다시 ‘차별’을 받았다고 인식한다. 이 엄연한 진실을 두고 “노무현 정부는 “호남출신을 누구보다 중용했다”고 한다면 밀려난 호남출신들은 곧 무능력자들이었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다.

그러므로 문 전 대표의 호남관련 발언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이 발언 후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한때 한솥밥을 먹던 염동연 전 의원의 '문재인은 호남 소외 책임자'라는 주장 등 정치사에 차고 넘치도록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는 “굳이 여기에 다 열거하고 싶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가장 아프게 호남의 자존심을 짓밟은 정치지도자”라고 말한다. 그 이유를 “지난해 총선 당시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점을 적시한다.

즉 “이후 호남인들이 지지를 철회해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지난해 말 ‘당시 발언은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이는 역대 정치지도자 중 가장 악의적인 호남에 대한 무례한 언사였다”고 주장힌 것이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를 의식한 또 다른 전략적 판단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당내경선 캠프에 위원장에서 문지기까지 호남 인사들을 전진배치 시켰다”면서 “이런다고 돌아선 호남의 마음을 손쉽게 되돌릴 수 없다. 더 이상 문재인 전 대표는 전략적 판단으로 호남의 모든 것에 다가가지 말고 따뜻하고 진심을 담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다. 나도 당부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진심으로 호남을 껴안고 그 지역에서 사랑받고 지지를 받으려면 ‘하지 않았다’ ‘오해다’ ‘더 잘해줬다’ 등의 발언을 하면 안 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사에 대해서, 한국의 친일파들이 일본을 옹호하면서 사실 관계라며 ‘하지 않았다’ ‘오해다’ ‘더 잘해줬다’등의 발언을 하면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에스컬레이트 되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솔한 사과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박근혜-아베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도 아베와 일본정부의 진솔한 사과가 없어서다.

그래서다. 내가 문재인이라면 호남차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과거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그러니 앞으로 집권하면 과거에 드린 아픔의 보상 차원이라도 더 배려하겠다”고 말한다면 그 발언 열 번이 되기 전에 ‘문재인의 호남차별’론은 사라질 것이다. 호남출신 문재인 참모들이 많다는데 이런 정도의 진언도 할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리강영대표 기자  yosulky@hanmail.net

<저작권자 © 리강영뉴스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