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4대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구상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한 번 불통이 확인됐다며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보수언론들은 대통령의 진심을 강조하는 보도를 이어갔지만 사설에서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에 나선 배경은 비교적 진보적인 논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한겨레가 잘 짚고 있다. 한겨레는 7일자 1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출사표’인 동시에,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면서 여론을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한겨레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실업의 해법으로 제시한 대책에 대해 “청년실업을 기성세대 탓을 돌리는 전형적인 세대 갈등 프레임”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사설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여전히 지시와 훈시, 교육의 대상일 뿐”이라며 “이런 대국민담화로 여론이 돌아서고 국정운영의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전반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은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였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1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 증후군 대응 실패에 대한 국정 책임자로서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경제의 심각한 위기 요인으로 지목되는 재벌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도 “그동안 줄곧 강조해온 ‘4대 개혁’만 다시 반복하면서,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 대국민 여론전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 조선일보 7일자 3면 기사

위 두 신문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보수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날도 비슷한 구도의 지면편집이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면서 “정치권과 노조, 공공부문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4대 부문 개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자 국민을 대상으로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을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3면 <“노동개혁은 일자리” “간곡히 부탁”…절박감 묻어난 25분>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대통령의 ‘진심’을 전하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에 있어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조선일보는 <4大 개혁, 정권 잃을 각오 없으면 국민 설득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특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35% 안팎에 머물러 있고 양대 노총 등 이해당사자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야당도 개혁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노동 개혁의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고임 근로자들로부터 기득권을 양보 받는 일이다. 그러나 순순히 자기 권리와 이익을 내놓을 집단은 없다”면서 “이런 저항을 극복하고 개혁을 성사시키려면 개혁 주도 세력부터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자기희생의 모습’에 대해 연내 전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등 희생방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유연한 해고와 같은 무능 및 저성과 공무원 퇴출방안 같은 건 언급이 없었다면서 “이 정도론 대통령의 진심, 정부의 절실함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에 너무 모자란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7일자 사설

또, 조선일보는 “통고라도 하듯 원고를 내리읽고 마는 식으로는 이해 당사자의 양보, 야당의 협조,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면서 “선거를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반발과 역풍을 부를 게 뻔한 4가지 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과욕이거나, 아니면 그저 시늉만 내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이 정말 개혁의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이해 당사자들과 야당, 국민과 살이 부딪치고 호흡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밀착해 대화하며 자신의 비장한 각오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 중앙일보 7일자 1면 기사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의 유사한 태도를 취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 톱에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포인트를 맞춘 담화 내용을 전했고 이어지는 4면 <“우리 아들딸 위해” 노동개혁 강조…5차례 “간곡히 부탁”>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이 담화문 원고를 직접 다듬었고 담화문 발표 이후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비보도’를 전제로 대화를 나눴다고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당처 청와대가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노동개혁 이외의 현안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백지화했다고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5면에 박근혜 대통령 담화 직후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구로구에 위치한 기업을 방문해 비정규직 직원들을 만났다는 기사를 함께 배치해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는데 중점을 뒀다.

▲ 중앙일보 7일자 사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동개혁을 관철시키려면 여야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노사의 입장을 경청하고 고통 분담을 설득해야 한다. 야당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하면서 개혁 동참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일보는 “개혁 논의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어지면 대통령과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개혁에 나설 때 믿을 곳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 개혁은 저절로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취임 이후 네 차례 밖에 하지 않은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넘어간 점 등을 지적하며 “이렇게 국민과의 소통에 인색하면 아무리 뜻이 좋은 개혁이라도 민심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운 법이다. 노동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스킨십을 넓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동아일보 7일자 1면 기사

동아일보 역시 위 두 신문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톱에 <“노동개혁은 일자리”…절박한 호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고 2면에서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며 3면에서는 <실업급여 확대 등 ‘당근’ 제시…노동계에 재협상 명분 줘>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담화문에 실린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 동아일보 7일자 사설

그러나 <“4대 개혁” 읽고 끝난 대통령 담화, 국민이 협조하고 싶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절박한 상황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문”이라면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및 청년 실업과 민생고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방만 경영 개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는 부동산과 해외자산 매각으로 달성된 흑자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과연 현실을 알고 있는지,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위한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나온 어제도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에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가 내정됐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도 미미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질의응답이 취소된 것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면서 “이를 해결 못하는 대통령 참모들의 수준도 실망스럽다. 대통령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변하라고 한다면 누가 공감하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대국민담화가 정권에 가장 우호적인 보수언론들에게 있어서도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 등 현안에 대한 사과가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았던데다 질의응답 등이 예정됐다 취소된 맥락을 보면 언론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래야 보일 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부의 개혁 의지와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설명마저 포기하면 아무리 정권과 긴밀히 이어진 언론이라도 좋은 소리를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이 지면 앞쪽에서는 정권과 협력적인 모습을 이어가려 노력했지만 사설에서 비판을 참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보수언론의 이날 반응은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무능한 모습을 반복해서 노출시키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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