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경기도 연천 DMZ 지역에서 두 차례 고사포 및 직사포로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우리 군이 DMZ 북측 지역에 29발의 대응 포격을 하고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게 함에 따라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김양건 당 중앙위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고 밤에는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자칫 잘못하면 남북관계가 그대로 ‘붕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 1면에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방부가 당초 ‘로켓포 도발에 대해 원점 지역을 타격학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는 원점 타격을 하지 않아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 날 포격전으로 우리 측 피해는 없었으며, 북한군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2면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2면 기사에서 북한의 도발 의도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있으며 이는 대북 심리전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조만간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는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하면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외에 대북 전광판을 설치해 가동하거나 대북전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 다른 기사에서 목함 지뢰와 포격 도발을 일으킨 부대가 북한 인민군 제2군단이며 이들이 대남도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어 인접한 북한군 5군단 등과 경쟁적으로 도발을 통한 충성경쟁을 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결국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이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한 것이다.

▲ 조선일보 21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는 또 3면 기사에서 우리 군이 북한군 도발에 대해 ‘원점타격’을 하지 않았고 대응 포격도 북한의 1차 포격에 대해 1시간 11분, 2차 포격을 한지 52분 만에 이뤄져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포병 레이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했고 우리 측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DMZ 내 대응 포격이 적절했다는 군의 해명을 전하면서도 “DMZ 지역을 넘어 우리 전방 민통선 지역으로 떨어진 고사포탄의 경우 자칫하면 우리 부대나 민간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원점 타격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는 “과연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었냐를 놓고 군 수뇌부와 일선 부대 간에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국방부가 당초 기자들에게 고사포 및 직사포를 로켓포로 잘못 파악하고 원점 타격하고 있다고까지 사실과 다른 문자를 전파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고도 주장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사설

결국 조선일보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보다 강력한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여기서 북 도발 습성에 종지부 찍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 정부가 ‘원점타격’을 못해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날 도발에서 대응까지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다음은 이 시간을 대폭 줄여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포격도발이 ‘남남갈등’을 노린 측면도 있으며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며 “우리 국민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주장하는대로 과연 군의 ‘신속한 원점타격 보복조치’와 같은 것만이 북한의 도발을 멈추는 유일한 수단인지는 의문이다. 북한과 전쟁에 가까운 대결을 벌여 항복 선언을 받아내지 않는 한 북한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에 대한 ‘설욕’을 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제2연평해전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데, 이런 방식으로 소중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을 감수하며 서로 직접적인 타격 조치를 주고받는 게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 언론이 이를 앞서서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게 과연 옳은 태도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주목해볼만한 것은 북한 대남분야의 총책임자로 알려진 김양건 비서 명의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내진 서한이다. 이 서한에서 김양건 비서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한 것과 결이 다른 메시지가 포함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지뢰 도발에 의한 상황 악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강경대응을 지속할 방침이지만 향후 김양건 비서 서한을 고리로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로 판단할 수 있다.

▲ 조선일보 21일자 4면 기사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날 4면 기사 등에서 “북한이 서로 엇갈린 메시지를 보낸 것은 남한 내부의 혼란을 노린 것”, “도발, 대화, 보상으로 이어지는 과거 패턴의 반복을 노렸다는 것”, “지난 5일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은 전통문 접수조차 거부했다. 그랬던 북한이 이번에 자신들이 먼저 도발을 해놓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언급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현 정부에서 더 이상 의미있는 대화는 힘들어진 것 같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21일자 사설

북한의 의도를 정부 해석대로 분석하고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는 것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이날 2면 기사에서 다음 달 3일 전승절 기념식이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반길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포격 도발은 마치 시 주석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북-중 관계를 급랭시켰던 패턴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 패턴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어 ‘통제가 되지 않는 것’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또, 동아일보는 북한 도발 의도를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한 ‘떠보기’라고 해석하면서 이날 사설에서는 “지금까지 북의 도발에 제때 제대로 응징을 하지 못해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보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가차 없이 응징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국가안보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모처럼 도발 원점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다짐에 부끄럽지 않은 조치를 취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중앙일보 21일자 사설

군과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간 대북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던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목함지뢰 도발 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정부도 이번에는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1시간 14분 만에 보복사격을 한 것은 적절한 대처였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NSC를 긴급하게 열어 일대 주민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킨 것도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킨 것이라 평가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북한은 이성을 찾아 어리석고 효과 없는 위협 대신 개성공단 등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면서 “남한 역시 흡수통일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 등 북한 정권을 안심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위의 두 신문과는 약간 결이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보수언론의 지면을 보면 관점을 떠나 다소 흥분된 상태라는 점이 느껴진다. 그것은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 대한 불안 여론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침착한 태도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소할만한 실마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해 평화적 해결방식에 대한 반감만을 키우는데 몰두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원점타격’과 ‘응징’만을 말하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의무를 묵묵히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도 벅찬 애꿏은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이 이성을 찾고 합리적인 태도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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