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에 장정개정위원회가 불법 징검다리세습금지를 위한 개정안을 부결시켰다고 한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장정개정위원들 중에 상당수가 징검다리세습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현재의 세습금지법으로도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막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인가? 물론 현재의 세습금지법으로도 불법세습을 막을 수 있다. 감독과 감리사가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행정을 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지방과 연회에서 위장으로 허수아비 담임자를 징검다리로 삼고 불법으로 세습하는 것을 방조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서울연회, 서울남연회, 중부연회, 충청연회 등에서 불법세습이 이루어졌다.

지난 8월5일 CBS뉴스에서 감리교회의 징검다리 불법세습에 대하여 심각하게 다루었다. 이미 몇 교회에서 교리와 장정에 ‘영구히’라는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허수아비 목사를 담임자로 세우고 불법세습을 감행한 것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현재 인천의 모 교회가 불법세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소개하였다. 그 교회는 세습하기 위하여 현재의 담임자는 부담임자가 되고 약 2개월 정도 담임을 맡아줄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기자가 해당 지방회의 감리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자신을 비롯하여 지방의 목사들이 사실 만류를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더라구요.” 이것이 감리사가 할 수 있는 말인가? 허수아비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감리사직을 맡고 있으니 행정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지난 서울연회에서는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방지하기 위하여 허수아비 담임목사를 징검다리로 삼아 세습하는 것은 불법이요 원천무효라고 결의하였다. 그러나 서울연회 감독은 법조인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며 현재의 세습금지법으로는 징검다리 세습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고, 실제로 불법세습을 결재하였다. 그래서 감독이 자문하였다는 법조인과 통화를 하였는데, 그는 “장정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며, 만일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자문하였다면 불법이라고 하였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즉 서울연회 감독은 법조인의 자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위장 불법세습을 묵인한 것이다.

감독과 감리사는 장정에 따라 행정을 바르게 해야 한다. 담임목사란 책임 있는 목회를 하는 사람이다. 허수아비를 담임목사라 할 수 없다. 실제로 어느 교회에서는 은퇴한 아버지 목사는 원로담임목사로, 아들 부목사는 실제 담임목사로, 그리고 담임목사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에서 책임적인 위치에서 목회하지 않는 사람은 담임목사가 아니다. 이는 위장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사회에서도 위장은 철저하게 판단하여 원천무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회의 가치관이 사회정의에 미치지 못한다면 세상을 진리로 이끌어갈 수 없다.

감독이나 감리사가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알면서도 정의감이 부족하여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 문제다. 필자가 지난 6월에 감독회장을 면담하고 허수아비 담임목사를 징검다리로 하여 세습하는 것에 대하여 판단을 물었다. 이에 대하여 감독회장은 분명히 불법이라고 대답하였다. 감독회장은 불법세습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이제 감독회장은 감리교회의 최고 영적지도자로서 유권해석을 하고 올바른 행정을 위하여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세속화하면서 지도자들의 영적지도력을 잃고 제구실을 하지 못하니 교회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필자가 징검다리 불법세습이 이루어진 어느 지방의 감리사와 통화를 하였다. 그는 불법세습을 막지 못한 죄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그러면서 사실은 감독이 나서서 주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감리사도 문제고, 감독도 문제다. 연회행정을 맡은 이들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무시하고 불법을 묵인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 징검다리 불법세습이 감리교회의 물을 흐리게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감독을 비롯하여 모든 교역자가 정신을 차리고 현재의 세습금지법에 따라 교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아니면 세습금지법을 개정해서라도 불법세습을 근절시켜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산다.

황광민 목사 (석교교회)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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