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알고 있는 한의사 한분이 계십니다. 제가 교회사무실에서 설교준비를 하고 있다 보면 가끔 이분이 보약을 달여 들고 찾아와서는 저에게 주시면서, 꼭 한 개를 개봉해서 자기가 보는 앞에서 먹으라고 권하십니다. 제가 쓴 것을 싫어하다보니 사실은 웬만큼 아프기 전에는 약을 잘 안 먹습니다. 그 분은 저의 입맛을 잘 아시고는, 그냥 전달해 주면 제가 먹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셨는지, 자기 보는 앞에서 저보고 약을 먹어달라고 요청합니다. 저는 보약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혹 아내가 보약을 지어와도 먹는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묵혀두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요청대로 그분이 보는 앞에서 하나를 개봉하여 일단 한 봉지를 복용 하면, 그 약은 어김없이 기한 내에 꾸준히 모두 복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루는 그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분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목사님, 쌍화탕과 십전대보탕 중에 어떤 약이 더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비록 한약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쌍화탕은 값이 싸고, 십전대보탕은 그보다 값이 비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십전대보탕이 더 비싸니, 비싼 것이 더 좋은 약이 아니겠습니까?”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얼굴에 어떤 확신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저에게 말하기를 “나는 십전대보탕보다 쌍화탕이 더 좋은 약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그에 대하여 대답하시기를 “십전대보탕을 만드는 약재보다, 쌍화탕을 만드는 약재가 우리 주변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약재가 싸고, 그래서 약값도 싼 것입니다.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약재들로 만드는 약보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약재나 음식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 아닙니까. 그러니 구하기 어려운 약재로 만드는 십전대보탕 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만든 쌍화탕이 우리에게 더 좋은 보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그 분의 말은 그분만의 주장 일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비싼 약을 먹고 그 약의 효능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오히려 공짜로 주어지는 것들로 인하여, 혹은 아주 싼값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들로 인하여,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며 이 땅을 살아갑니다. 아무리 비싼 약이라 할지라도, 공짜로 주어지는 것들이나 매우 싼값으로 주어지는 것들을 모두 끊고, 그 비싼 약만 먹으며 살아가려 한다면, 건강하게 살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리 생명을 잃게 되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얼마 전 한 신문기사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 가격이 무려 천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희소한 것이 비싸다는 경제원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물건치고는 너무 비싼 것 아니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없어도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은, 오히려 값이 아주 비쌉니다. 다이아몬드나 황금과 같은 것들이 없다고해서 살지 못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굳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그것들을 얻는데 아주 비싼 값을 치룹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들은, 비싸기는커녕 오히려 공짜로 주어집니다. 햇볕, 물, 바람, 공기, 가정,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이 모두가 공짜입니다.

또한 죄악으로 인하여 멸망당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를 살려주시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구속의 사건 역시 우리에게 값없이 주신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값없이 주시는 은총들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 땅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희소하고 값비싼 것들이 아니라, 흔하고 값싼 것들, 혹은 값없이 공짜로 누리는 것들이 비교할 수조차 없이 소중한 것들임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얼마 후면 감리교 입법총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없어도 되는 희소한 것들보다 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 나가는 일에 관심을 갖는 회의가 되기를 바랍니다.

홍원영 (대신교회 목사)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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