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장사 없다’지만, 긴 병이 장사를 만들어줄 때도 있습니다. 직업병이 그렇습니다. 직업병을 지병처럼 끌어안고 사는 일이 즐거우면 반 장사는 되지 않을까요!
지난 1932년, 180명의 수녀님이 쓰신 신앙 체험문을 70년 후에 심리학자들이 분석했답니다. 글 속에 ‘정말 좋은’ ‘기쁜’ ‘설렘’ ‘감사’ ‘행복한’… 이런 단어를 쓴 상위 20%의 수녀님들 90% 이상이 85세 이상 장수한 반면, 쓰지 않은 하위 20%의 수녀님들은 34%만이 85세까지 생존했답니다. 물론 반성과 자책, 회개…, 이런 영적 가치가 장수와 무관하다거나 폄하될 덕목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많이 웃고 의도적으로라도 희망적 에너지를 부어주면 좋겠습니다.
현대인을 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유하는 인간을 뛰어넘어 이제는 그 머릿속 저장고를 가능한 한 지혜롭게 개방할 줄 아는 인간, 나와 주변인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소통을 이끌어내는 말솜씨가 우선순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도 되겠지요. 이심전심, 불립문자, 심심상인… ‘묵묵히 있어도 내가 최선을 다하면 내 속을 알아주겠지?’ 하지만, 안 알아줍니다. 내가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그 진심을 알아주기가 어렵습니다. 헌데 기왕이면 한마디라도 긍정의 언어를 골라 쓰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긍정 마인드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지지는 말아야지요. 영혼 없는 응대와 칭찬이 때로는 관계를 손상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방송도 예외는 아닙니다. 진행자가 시ㆍ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작정하고 비판하거나 부정적 측면을 과도하게 긁어대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는 천사표 캐릭터로 일관합니다. 어떤 순간이든 어떤 출연자든 무조건 공감하고 배려하고 응원합니다. 청취자 입장에서도, 프로그램의 호응도를 높이려고 만들어놓은 ‘가짜 웃음’ 코드에 열광하는 경우, 그것이 비록 기계적으로 위조해놓은 장치임을 알면서도 무조건 함께 웃어주고 호응합니다. 많은 사람이 웃으니 ‘웃어주자’는 마음의 발로일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느 사이 가식이라는 배반이 밀려와 채널에서 등을 돌리게 됩니다.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말을 하되, 당당한 솔직함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고유 명절인 추석, 이날을 맞으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추수에 대한 감사 말고도 제 이웃들이 진솔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한창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라디오국 동료들에게 무형의 마이크를 들이댔습니다. 순간 난감한 표정이다가 이내 밝아지는 모습들이 한결같습니다. ‘나이 50 넘어 시작한 음악 공부에 가족들이 응원하고 지원해줘서 감사…’ ‘어린 두 쌍둥이와 아침마다 어렵지 않게 헤어지고 나와 일할 수 있음에 감사…’ ‘출근하면 후배들과 차 한 잔 나누는 기쁨에 감사….’ 이런 진솔한 마음들을 모아 라디오국 가을 개편을 시행하고자 합니다.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들도 제작에 녹여보려 합니다. 특히 한 후배 동료의 안쓰러운 답변, “전 제게 관심 갖고 물어봐 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이 마음을 새기며 청취자분들과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개편,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김은수(마리아) 평화방송 라디오 구장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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