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르포
[르포]이른 추석에 장마·태풍까지…나주배 농가 "울고싶다"
리강영뉴스닷컴 | 승인 2019.09.06 12:50
5일 오전 전남 나주 한 배 농장에서 농장주가 장기간 내린 비로 익지 않은 배들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2019.9.5 /뉴스1


(나주=리강영뉴스닷컴)  = "추석도 이른데 장마에 태풍까지 온다니 막막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5일 오후 수백여 그루의 배나무가 펼쳐진 전남 나주 4000평 규모의 한 배 과수원. 추석 명절 특수를 앞둔 수확철이지만 아직도 나무에는 배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과수원 옆 작업장 한편에는 이번주 내내 내린 비와 강풍에 허망하게 떨어진 상처 입은 배들이 한 무더기 쌓여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농장주 박성태씨(40)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장대비 탓에 박씨는 애지중지 키운 배가 담긴 상자들을 젖지 않도록 연신 트럭에 올리기 바빴다.

출하를 앞둔 배 상자를 옮기면서도 박씨는 "정말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으니 울고 싶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박씨는 "가을장마 때문에 일조량도 충분치 않은데 명절도 작년보다 10일가량 빠르고, 거기에 주말에 태풍까지 할퀴고 간다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탄했다.

그는 4000평 과수원에서 평균 8만개의 배를 수확했지만 올해 추석에는 5만개 정도로 약 60%만 수확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숙기(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알맞게 익은 시기)를 맞추지 못해 당도도 낮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는 "평년 같으면 지금쯤 숙기를 맞은 배를 품종별로 하나 둘 따기 시작했을 텐데 올해는 비도 장기간 내려 숙기도 맞추지 못한 배를 닥치는대로 따기 바빴다. 그렇게 따도 전년도 수확량에 반 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5일 오전 전남 나주 한 배 농가에서 만난 농장주 박성태씨(40)가 추석을 앞두고 장기간 내린 비 탓에 배가 익지 않아 걱정이라며 덜 익은 배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9.5 /뉴스1 © News1


나주배는 전국 배 수확량의 19.3%, 전남 배 수확량의 85.4%를 차지할 정도로 나주지역경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특산품이다.

배산업이 나주시의 희비를 좌우하는데 2227개 나주배 농가가 모두 수확량이 반토막나는 등 박씨의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배 농가마다 설날과 추석에 출하를 집중하는 곳, 추석에만 출하하는 곳, 사계절 모두 배를 출하하는 곳 등 재배 방식과 출하 시점이 다양해 올해 피해 규모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날과 추석에 출하하는 우리가 이 정도인데 추석특수만 노리는 농가들의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추석, 장마, 태풍 모든 것이 도와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지금같은 시장상황이면 명절에만 배 출하를 '몰빵'하고 명절 이후 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박씨는 나주배 농가들을 위한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도 당부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무조건 크기가 큰 배만 찾지 않고 작더라도 질 좋은 배를 찾는다면 명절에만 먹는 과일이 아닌 사계절 맛있는 과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배 품종 선정 기준이 당도와 질이 아닌 오로지 크기에만 달린 탓에 모두 질보다 크기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서둘러 마친 박씨는 "태풍이 오기 전 낙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큰 배들을 미리 따놓아야 한다"며 다시 과수원으로 들어갔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리강영뉴스닷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라남도 여수시 좌수영로 40  |  대표전화 : 061-662-3800  |  팩스 : 061-662-0004
등록번호 : 전남 아00277  |  발행인 : 이강영  |  편집인 : 이강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강영
Copyright © 2019 리강영뉴스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