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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케인 "韓 선거제안 합리적…의석 확대는 역풍, 축소는 부패"
리강영뉴스닷컴 | 승인 2019.11.05 12:51
사진=브루스 케인(Bruce Cain)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 제공. © 뉴스1


(서울=리강영뉴스닷컴)  = "한국의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법안의 한 가지 좋은 특징은 지역적으로 치우쳐 불리한 정당이 있을 경우, 이러한 편향성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이러한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미 스탠퍼드대학교 브루스 케인(Bruce Cain) 정치학 교수는 5일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케인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석사학위(1972년)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1976년)를 받은 뒤 선거법·거버넌스 등과 관련해 40여년간 연구한 학자다. 현재 급성장하는 선거법과 정치규제 학문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통한다.

그는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그만큼 늘리는 방안이 담긴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의석수를 300석에서 더 늘리지 않기 위해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내용의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은 이 법안을 두고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MMP)를 확장하는 아이디어는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변형(interesting variation)"이라고 치켜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을 두고선 "미국도 같은 문제가 있다"며 "유권자들이 더 많은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선거구를 축소하는 것 보다는 대표자(의원)를 건너뛰는 직접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케인 교수는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케인 교수는 "국민이 국회의원 증원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국회의원 증원이 입법부의 성과를 높일 것이라는 데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의원정수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은 없다"고 덧붙였다.

세비를 줄여서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들이 돈을 덜 벌면 다른 곳에서 수입을 찾으면서 부패, 뇌물수수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기 위한 근거로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81명 정도"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은 좋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며 "미국은 주(州)와 지방정부 단위에서 더욱 많은 관공서가 있으며 훨씬 더 분화된 정부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케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300명으로 총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적은 국가 중 하나다. 한국 국회의원의 수는 어느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이상적인 의석 수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은 없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낫다는 점이다. 지역구의 규모가 커지면 선거구의 주민과 국회의원 간의 거리감은 더 커진다. 미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의회보다 더 인기가 있다. 개인간 접촉이 잦고 지방자치 수준도 세분돼 있다. 또한 큰 지역구는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고 비개인적(impersonal)인 선거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증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반대한다. 이는 한국 국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따라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나.
▶미국도 같은 문제가 있다. 유권자들이 더 많은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제로 주 단위에서, 미국의 국민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선거구를 축소하는 것 보다는 대표자(의원)을 건너뛰는 직접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따라서 계속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고 한다면 '선거 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 됐든 한국이 만약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다면, 모든 정당 또는 대부분의 정당이 이에 동의하고 역풍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미국의 인구 대비 의원 정수를 한국에 적용하면 81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논리다. 미국의 국회의원 수를 표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가.
▶아니다. 미국은 좋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와 지방정부 단위에서 관공서가 더 많고, 훨씬 더 분화된 정부시스템이 있다. 또 각 주와 지방정부가 많은 현안과 서비스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높은 수준의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의 유권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이 많다. 이점이 한국 같은 국가들과는 다르다.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의원들의 세비를 줄여서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릴 것을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위험한 점은 만약 국회의원들이 돈을 덜 벌면 다른 곳에서 수입을 찾으면서 부패, 뇌물수수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이러한 요소들 가운데 어떤 것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지역구 크기를 줄이면 군소 집단이 공정하게 대표성을 가질 수 있지만 입법부 의석수가 증가해 자문대상과 보좌진 인력이 늘고 임대료도 증가하는 등 거래비용(편집자주: 거버넌스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가느냐는(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문제가 남는다. 지역구 크기를 줄여 입법부 규모가 커져도 입법부 규모가 작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도자들이 개별 구성원을 다 알 수 없기때문에 거버넌스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어려움을 좀 더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다양한 계층을 포용할 지 선택해야 한다. 만약 너무 많은 주요 집단이 방치되어 있다고 느끼거나, 국민이 자신들의 국회의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낀다면 좀 더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는 게 좋고, 구성원간 신뢰와 상호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면 거버넌스에 우선 순위를 둔다.

-의회 확장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반대로 의회 축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항상 좀 더 포괄적인 대표성을 갖느냐 혹은 거버넌스를 강화하는냐 하는 '트레이드 오프'에 관한 문제다. 어떤 것을 시급한 문제로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있으므로 입법부의 다양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한국에선 인종 문제가 적다고 알고 있다. 지역구 축소의 또 다른 이유는 유권자와 의원간 개인적인 접촉을 증대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들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말부터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선거제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이 법안은 각 정당별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고 있다. 다만 연동률이 100%가 아니라 50%다. 이를테면 A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10%를 받으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시 300석의 10%인 30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법안에 따르면, A당의 후보자가 이미 지역구에서 10석을 차지한 경우 나머지 20석 중 50%만이 A당에 배정된다. 즉 A당은 10명의 비례대표를 할당받을 수 있다. 이는 현재의 300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의회의 확장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 의석 수는 300석이 유지되지만 지역구는 28석이 줄어들고 비례대표는 같은 수만큼 증가한다. 일각에선 이 법안이 원래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변경됐다고 비판한다. 이 법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이 국회의원 증원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증원이 입법부의 성과를 높일 것이라는 데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장하는 아이디어는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변형이다. 이 법안의 한 가지 좋은 특징은 도시에 몰려 있는 미국의 민주당처럼 지역적으로 치우쳐 불리한 정당이 있다면, 이같은 비례대표제 개선책이 의석-투표의 편향성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도 이러한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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