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별명이다. 원래 ‘무대’는 수호전의 금병매에 등장하는 '요부 반금련'의 약간 모자란 남편 ‘무대랑’의 또 다른 이름으로 통상 ‘무대’로 불린다. 그런데 수호전의 '무대'는 부인 반금련이 부유한 약방주인 서문경과 간통하고, 간부 서문경이 준 독약을 탄 술을 권하자 먹고 죽는 ‘바부팅이’다.

그래도 그에게는 힘좋고 용맹한 동생 ‘무송’이 있다. 그 무송이 곁에 있을 때 ‘무대’는 활발했다. 요부 반금련도 꼼짝하지 못했고, 서문경도 반금련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송이 군사로 징발되어 떠난 뒤 무대는 반금련과 서문경에게 죽는다. 이후 전쟁에서 돌아 온 무송, 그는 서문경과 간통한 형수 때문에 형 무대가 죽은 것을 알고 처절하게 복수를 해준다. 형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한 무송은 형수 반금련을 살해하고 서문경을 한 주먹에 제압한 후 건물 옥상에서 던져버림으로 목이 부러져 처참하게 죽게 만든다.(물론 이는 수호전이란 소설 속 이야기다)

그런데도 김무성은 이 별명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호전의 ‘무대’가 아니라 ‘무성대장’의 준말이라서다. 그 별명으로 대장의 포스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작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의 별명이 ‘무성대장=무대’가 아니라 ‘반금련 남편=무대’에 가깝게 느껴진다. 따라서 누가 그 별명을 붙였는지 지금은 신기할 따름이다. 무송이 없는 무대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우리 정치사에서 여권 2인자로 살아남아 권력을 쟁취한 사례는 딱 2가지로 구분된다. 그 첫째가 노태우식 ‘꼬붕 2인자’요 다른 하나는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식 ‘반란 2인자’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김종필은 영원한 2인자로 남아 계속 견제만 당하다가 정치인생을 끝냈다. 여기서 한가지 특기할 점은 ‘꼬붕 2인자’도 ‘반란 2인자’도 주변에 ‘무송’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꼬붕 2인자’ 노태우는 끊임없이 1인자 전두환이 딴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견제하고 협조한 정호용, 김복동 등 육사동기이자 TK군벌들이 1번 전두환, 2번 노태우 그림이 완성되도록 했다.

반면 ‘반란 2인자’ 김영삼은 옹골진 민주계 53명의 현역과 이들을 뭉치도록 호위한 ‘좌동영’ ‘우형우’가 있었다. 또 이회창은 ‘소통령 김현철’의 권력남용에 흔들리는 민심으로 레임덕에 빠진 권력자가 더는 견제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민심’이란 ‘무송’이 있었다.

박근혜는 김영삼이 가진 강고한 세력만큼의 수는 아니지만 최소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 압박을 이명박과 한나라당 친이계가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그들이 ‘무송’이었다.

그런데 김무성은 아니다. 그는 ‘무송’이 없다. 그래서 김종필처럼 수시로 자기정치를 모색하다가 그 시도가 한계를 넘으면 권력의 제압을 당하고, 그러다가 고개를 숙인다. 그렇다고 노태우-전두환처럼 끈끈한 밀약과 그 밀약을 지키도록 견제하는 주변 세력도 없다. 이 또한 김종필과 같다. 쿠데타 동료이자 육사 동기였던 김형욱 오치성 등도 등을 돌린 김종필이었다.

반란 2인자는 더더욱 아니다. 몸으로 그를 호위할 친위대도 없고, ‘민심’이란 여론도 없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장래가 매우 희미하다는 말이다.

1. 김영삼

김영삼은 3당 합당 후 여론에서 밀리자 ‘내각제 각서 발설’을 빌미로 ‘당무거부 마산칩거’라는 강수를 뒀다. 이 강수에 민주계 53명은 여차하면 탈당이란 기세로 도왔다. 그들이 무송이다.

3당 합당으로 거대여당을 만들어서 강고한 여소야대 당시 괴롭던 정치지형을 벗어난 노태우 권력은 또다시 그 지긋지긋한 여소야대 정국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 민주계가 탈당하고 민정계와 공화계만 남아서 가까스로 기계적 과반이 되었다고 해도 다시 김대중-김영삼 연합으로 후보 단일화가 되면 1992년 선거에서 여소야대에 대권까지 빼앗길 기세인데 김영삼의 반란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오른팔인 박철언을 자르는 것으로 김영삼의 반란을 수용하는 것만이 정권과 장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판 길이었다.

2. 이회창

이회창은 김영삼이 대법관에서 감사원장으로 감사원장에서 총리로 발탁한 사람이다. 그때마다 김영삼은 이회창의 대쪽 이미지를 차용했다. 중앙선관위원장 이회창은 노태우 대통령에게 선거 개입을 경고하고, 김영삼의 복심 서석재를 감옥으로 보낼 정도로 선거관리를 철저하게 함으로써 얻은 ‘대쪽’이미지를 가진 대법관이었다. 때문에 김영삼은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공직사회를 견제한 가장 좋은 무기로 ‘이회창 감사원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취임 초 90%라는 경이적 지지율로 개혁 드라이브를 하던 그가 10개월 후 우르과이라운드 타결이라는 외적 사안 때문에 국내정치에서 위기를 맞았다. 1993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에 모인 수만 명의 농민들은 “김영삼은 물러가라”는 깃발을 걸고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을 앞둔 정부를 압박했다. 당시 농민들은 김영삼 대통령, 황인성 총리, 이경식 경제부총리, 허신행 농림부 장관, 한승주 외무장관을 ‘계유5적’으로 부르면서 극렬 반대했다. 이에 김영삼은 ‘고립을 택할 것인가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나 여론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가 택한 길은 황인성 내각의 전면개편, 대안은 이회창 총리였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박관용 전 의원은 “UR문제는 김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이 처음으로 ‘들고 일어난 사건’이었으므로 불이 더 번지기 전에 조기진화를 해야 해서 당시 대쪽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던 이회창감사원장을 발탁한 것”으로 증언한다.

그런데 이 선택이 결국은 김영삼이 이회창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 1993년 12월 16일 김 대통령은 황인성 총리를 사퇴시키고 전격적으로 감사원장 이회창을 총리로 임명했다. 그런데 이 총리의 취임 일성이 ‘법이 정한 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장담은 강대강으로 만난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서 임명직 총리의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이 총리는 개각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실세장관이니 허세장관이니 하는데 우리 모두 실세가 돼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새로 입각한 최형우내무, 김우석건설, 서청원정무장관 등 ‘민주계 실세장관’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을 저격한 것이다.

이후 그의 ‘실세 내각론’은 현실적으로 행사되었다. 관변단체 정부지원 중단지시, 영산강 오염사건의 책임을 물어 김양배농수산부장관의 전격 해임 등이 그거다. 그때마다 이 총리는 ‘내각의 권한’을 역설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격노했다. 이 총리가 겉으로는 총리와 내각의 권한을 내세우며 자기를 저격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취임 직후 90%를 오르내리던 김 대통령의 지지도는 이후 50% 이하로 급전직하했고 거꾸로 이회창씨의 인기는 35%로 치솟았다.

이 강대강 부딪침은 결국 이회창의 4개월 단명총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때의 강인한 인상은 장학로 홍인길 김현철로 이어진 권력형 비리를 잠재우고 정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회창은 2인자 권력은 이처럼 강한 ‘반란파 2인자’처세로 얻어진 것이다.

3. 박근혜

박근혜는 김영삼 이회창과 비교할 수 없는 배경을 가진 2인자였다. 실상은 1인자가 ‘경선룰’에 의해 2인자가 된 특이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부터 박근혜는 한나라당 진영의 1인자였다. 그런데 그가 가진 2가지의 헨디켑(여자, 직계조직의 허실)을 넘지 못했다. 이 헨디켑은 충성파는 강하지만 반경을 넓힐 수 없는 결정적 약점이었다. 그래서 결국 자파였던 박희태, 김덕룡까지 이명박에게 넘겨주면서 당내 소수파로 밀려났다.

이 소수파의 한계가 경선룰의 불리함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한 점이다. 그래서 직접선거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지므로 대선후보 자리도 넘겨주었다. 후보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것은 대권을 넘겼다는 말이며 1인자에서 2인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실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계는 당시 한나라당을 완전한 이명박당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공천권을 행사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 역사상 박근혜는 다시 1인자가 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스킬도 있고 고집도 있으며 버티는 힘도 있었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한마디로 지역구인 달성에서 탈당한 자파 후보들에게 ‘동영상 유세지원’이란 기발한 작전을 구사한 것, 이것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의 확실한 못 박음이었다.

그 못 박음은 작전의 성공을 가져왔고, 다수 친이계가 소수 친박계를 몰아낼 수 없는 한계로 작용했다. 즉 소수 친박계는 김영삼식 탈당협박이 통할 수 있는 강고한 진용이 된 것이다. 이 진용은 세종시 문제에서 박근혜가 대통령과 강대강으로 대항할 수 있는 힘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뒤에서 쌍소리로 욕을 했지만 어찌할 수 없는 힘...현실적으로 친박계의 탈당이면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이 된다는 것, 4대강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측이 감당할 수 없는 정치지형이었다. 따라서 ‘반란파 2인자’ 박근혜지만 끝내 권력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김무성

김무성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2인자다. 그리고 끊임없이 2인자로서 자기정치를 모색하지만 그때마다 권력의 제동에 고개를 숙인다. 앞서 언급한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는 그보다 더한 권력의 견제가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그들이 ‘반항’의 성공으로 인기도가 오르고 대권주자도 대권도 쟁취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다. 고개를 들 때 권력의 제동이 있으면 그 제동을 풀어낼 자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종필과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김종필이 전두환에게 저격당할 때 저격의 명목이 ‘비리정치인’이었다. 전두환이 3공화국 핵심들을 저격할 때 ‘비리’라는 딱지를 받은 사람은 이후락과 김종필이다. 김종필은 당시 서산농장과 제주감귤밭을 헌납해야 했다. 박정희가 김형욱을 통해, 이후락을 통해 김종필을 제어할 때도 그 같은 무기를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니 그런 제압을 받을 때마다 김종필은 ‘자의반 타의반’이란 명언을 남기며 2선으로 후퇴했을 것으로 본다.

그가 비밀 조직한 중앙정보부와 공화당, 이는 ‘새나라 택시 파동’ ‘증권파동’ ‘파친코 의혹’ ‘워커힐 호텔 불법허가 의혹’등 4대 의혹 사건가 뗄 수가 없다. 이 모두가 ‘검은 돈’과 관련되었으니 박정희 직계가 김종필을 다스리기는 매우 좋았을 것이다.

김무성은 일제 강점기 ‘친일 의혹’이 있는 부친의 아들이다. 그 ‘친일 의혹’이 있는 부친은 일제 말기 전남방직이란 방직공장을 불하받아 돈을 벌었다. 해방 후 우리 경제의 젖줄인 섬유 설탕 고무 해운과 ‘전방’은 다 관련이 있다. 현 경총(경제인총연합회) 회장 김창성은 김 대표의 친 형이다. 그의 부친 김용주 회장이 물려 준 기업을 지금도 유지하며 경총 회장으로 있다.

전남방직 신한해운 신한제분 동해제강, 삼동산업… 깅용주-김창성으로 이어진 기업들이며, 친 누나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모친이다. 친형은 경총회장과 신한제분 그룹 경영, 누나는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이므로 김무성은 이들과 뗄 수가 없는 관계다.

본능적으로 김무성에겐 권력과의 정면승부를 기도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가 '박연차를 통한 노무현 제압하기라는 신공'을 보인 이명박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는 한 그는 자유롭게 ‘반란파 2인자’로 자기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結

이것이 김무성의 한계다. 따라서 김무성은 현 정권과 척을 지면서 영웅이 되고 싶어도 못한다. 만약 그러지 않고 그가 이번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예전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의 길을 갔다면 지금쯤 확실한 차기 주자로 인기 상한선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이명박 세종시 백지화를 추진하지 못했듯이 교과서 국정화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로 보면 사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복도 없지만 여당 2인자 복도 야당 복도 없다.

잠깐의 반발로 유승민은 전국적 인물로 부상, 대선후보급 정치인으로 올라섰다. 그만큼 지금 국민들은 히어로를 기대한다. 이런 전례와 정치적 함수를 다 알고 있을 김무성은 그래서 지금의 정국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있는데 먹지 못하는 한계, 노다지가 눈에 보이는데 가질 수 없는 한계, 그 한계가 그를 대권으로 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임두만 컬럼니스트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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