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새정연도 새누리도 싫어하는 신당으로의 출범이어야 한다.]    

  신당의 방향(지향점)이 개혁국민정당이란다. 이는 잘못이다. ‘개혁국민정당’이 아니라 ‘중도국민정당’이라야 한다. 신당이 단순히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할 신당으로서 새정연과 ‘개혁경쟁’을 하는 ‘야권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신당은 새누리당도 대체하는 ‘정치를 교체할 정당’으로서 여야 기존 정치권 모두와 ‘민생경쟁’을 하는 정당이라야 한다.

그것이 신당의 기치요 방향이요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당도 성공하고 정치와 국회가 개혁되는 길이다. 기득권 양당이 스스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정치와 국회의 거듭남은 진정한 민생정당이란 제3당의 존재가 있을 때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정치 역사가 생생히 증명한다.

제헌국회 이후 국민의 손으로 만든 진정한 다당제는 1988년 13대 총선의 민정당 평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체제의 4당 체제가 최초다.

전두환 쿠데타 후 생긴 5공화국도 실상은 민정당 민한당 국민당의 3당이 교섭단체를 이뤘으나 이는 1중대 2중대 3중대 관제야당 시대이므로 진정한 다당제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그 앞의 유신시대도 공화당 유정회 신민당이란 3교섭단체가 있었으나 공화당과 유정회는 1란성 쌍둥이이므로 거대여당과 약소야당 체제였을 뿐이다. 이런 다당제는 권력자만 좋다.

그런데 진정한 다당제가 되면 집권 권력층이 매우 불편하다. 집권당이 원내 과반이 안 되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단독 과반이 넘었더라도 교섭단체가 여럿이면 집권당의 국회운영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협상 대상이 늘어나서만이 아니다. 정책 방향이나 정부 운용을 위해 권력층은 눈치를 볼 시어머니가 하나 더 있는 격이며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여당 원내대표는 사사건건 교섭단체 대표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정치다. 그래야 합의정치, 토론정치, 국민 눈치 보기 정치를 한다.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당의 방향이 집권당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안 된다. 경쟁야당을 넘어서야 하므로 끊임없이 정책을 개발하고 발표하면서 여론과 지지도를 살피는 국민들 눈치 보기 정치를 하게 된다.

이는 불편한 것은 정치권이지 국민이 아니다. 국민은 보고 평가하는 진정한 주인노릇을 할 수 있다. 이게 87체제가 낳은 ‘여소야대’ 4당체제였다.

총선 후 구도는 집권 민정당 125석, 제1야당 평민당 70석, 제2야당 통민당 59석, 제3야당 신민주공화당 35석 그 외 군소정당 2석 무소속 9석이었다. 무소속 전부를 끌어들여도 집권여당은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매우 불편했다. 그러니 정부 또한 어떤 것도 정부 뜻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국회는 대한민국 헌정 70년, 19대의 국회 회기 중 13대 국회 전반기인 1988년 5월부터 1989년 12월까지가 가장 합의정치가 활발한 국회였다. 가장 생산성있는 국회였다. 날치기도 없었고, 극한 저항도 없었으며 장외투쟁도 없었고 1당 국회도 없었다. 4당 원내 대표들은 끊임없는 협상을 했으며 사안에 따라 이리저리 연대하면서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5공청문회 광주청문회 노동개혁 등 짧지만 굵은 획을 남겼다. 이런 국회를 집권층은 불편해 했고 끊임없이 깨부수려 했으며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3당합당으로 거대여당을 만들었다. 다시 정치는 후퇴한다. 합의정치는 실종되었으며, 1당 국회 극한저항 장외투쟁 단식투쟁 등이 일상화 되었다.

그리고 2년, 1992년 선거에서 국민들은 또 중도3당인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을 원내3교섭단체로 밀어줬다. 당시 국민당의 주요 지지기반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강원 수도권이었다. 민자당은 인위적 3당합당 당시 가졌던 210여 석의 거대여당에서 149석으로 줄어든 원내 과반 미달… 불편해졌다.

그래서 무소속 당선자 21명 중에서 다수를 끌어들여 원내 과반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제3교섭단체가 있는 것이 불편하여 대선이 끝난 뒤 정주영을 구속시키는 등 압박 끝에 국민당을 아예 와해시켰다. 이후 국회는 또 1당 국회 일방주의 등이 일상화 되었다. 대통령이 국회를 시녀화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평생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김영삼이 대통령이던 당시다.

국민들은 그러나 다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아예 권력이 와해시킬 수 없는 3당을 만들었다. 충청 TK 강원을 기반으로 원내 50석을 쓸어담은 자민련이란 원내 3당을 만들어 줬다. 이 국민적 염원이 DJP연합이란 구도가 나오게 했으며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정치역사를 만들어 낸 바탕이다.

그런데 수평적 정권교체를 한 권력자도 이런 구도를 불편해 했다. 그래서 이 구도는 다시 깨졌다. 자민련이란 연대 공동여당이 있음에도 여당 과반이란 정치구도를 원했던 집권여당 국민회의와 김대중 대통령은 인위적 몸집불리기를 시도했다. 반대 당에서 탈당시켜 입당시킨 것도 모자라 아예 2000총선을 앞두고 이인제의 국민신당까지 합한 거대여당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권력의 이런 시도를 비토했다. 거대여당을 꿈꾸면 만든 새천년민주당은 단독과반도 못하고 우당 자민련이 교섭단체도 실패하는 결과만 가져왔다. 대신 강한 야당만 생성시켜 줬다. 선거가 권력자의 뜻대로 되지 않은 증거다. 국민이 권력자나 정치인보다 더 앞서 있다는 증거다.

이후 15년, 의미 있는 3당은 존재하지 못했다. 이회창씨가 조직한 자유선진당이 문국현씨가 조직한 창조한국당과 인위적으로 연대, 제3교섭단체를 만들기도 했으나 문국현씨의 선거법 위반 소추로 인한 의원직 상실로 그도 와해되었다. 이후 양당은 정당 그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보기에 지금 허공에 있는 평균 35%대의 무당층은 바로 이 원내3교섭단체를 바라는 세력이다. 이들은 제3당이 최소한의 정치력만 보여주는 행보를 하면 순식간에 결집한다. 하지만 결집의 순간도 빠르되 흩어지는 시간도 빠르다. 따라서 이들을 모으되 이들이 재빨리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당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신당의 수식어가 ‘개혁’이 아니라 ‘중도’여야 하는 이유다. 중도여야 하고 민생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미 개혁 진보 혁신이란 용어는 ‘그냥 그들이 쓰는 말’이 되었다. 때문에 신당의 출범 기치가 개혁 진보 혁신이라면 신당도 ‘그냥 그들’이 된다. 중도이고 민생일 때 ‘아파트 반값 지지자’도 ‘새로운 집권세력 희구 지지자’도 모이고 흩어지지 않는다. ‘바바리맨 박찬종 지지자’도 ‘축구 정몽준 지지자’도 ‘컴퓨터 인철수 지지자’도 모인다. 이후 모인 그들을 잡는 것이 실력이다.

그래서다.

신당은 호남이란 지역이 붙는 ‘지역당’만 두려워하면 안 된다. 개혁 진보 혁신이 붙는 ‘또 하나의 야당 네이밍’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신당이되 그냥 그들이 하는 또 하나의 야당이 아니라 ‘집권을 꿈꾸는 국민정당’…‘집권할 수 있는 국민정당’으로의 신당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냥 그들’이 아니라 ‘아하 저들’이 되어야 한다. ‘아하… 저들이구나’ 이거 무섭다.

또 새정연이 싫어하는 신당이 아니라 새누리가 싫어하는 신당으로의 출범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새누리에게 ‘야권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분열하면 총선에서 놀기 좋은 판’이란 희희낙락 웃음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하…저들이면 우리가 힘든데?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경각심을 주면서 서로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신당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이기는 당이 무서운 당이다. 이겨야 원하는 정치를 한다. 신당의 최종 지향점은 ‘어떻든 이기는 당’이여야 한다. ‘누구에게도 이기는 당’이어야 한다.

임두만 컬럼니스트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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