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과한 특별법안(이하 여순사건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단일안으로 지난 7월 28일 발의되었다. 전남동부지역 국회의원들이 같이 추진하고 있고 여당 국회의원 152명이 법안발의에 동참한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순사건 유족회가 보상보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을 실어준 것도 법안 통과에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순사건특별법 통과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첫째, 여순사건특별법은 4·3사건이나 거창양민학살사건과 다르게 입법을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이 훨씬 크다. 반대입장은 여순사건과정에 벌어진 국가폭력보다 ‘군부 내 반란’이나 ‘대한민국체제 부정’ 등에 초점을 맞춰 반대하기 때문이다.

둘째, 여순사건특별법이 4·3사건과 다르게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근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여순사건특별법에 전력투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순사건특별법안을 다룰 국회 행안위에 전남동부지역 국회의원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셋째, 여순사건특별법안은 12월 초까지 큰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된 과거사법에 따라 12월부터 2차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하게 되면, 여순사건특별법 통과의 입법명분이 크게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순사건도 과거사진상규명 대상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 여순사건특별법을 통과시기키위해서는 이러한 난관을 뚫고 나갈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전남동부지역의 유족회, 시민단체, 학계, 지자체, 정치인들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면서 한 목소리를 낼 때 추진력이 더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소병철 국회의원실이 주최한 여순사건특별법 설명회에서 여순특별법제정추진과정에 지역시민사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설명회 이후에도 지역 시민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순사건특별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30년 넘게 지역 시민사회, 학계, 유족회들이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순사건은 여순사건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 11일에 여수순천 총 20개 시민단체가 모여서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전남동부지역공대위(준)’를 결성하였다. 2001년 6월 12일에는 여수, 순천, 구례 유족들이 모여 여순사건유족회가 출범하였다. 2018년에는 전남동부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순항쟁70주년기념사업위원회’가 여순사건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등 시민단체들도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도 지난 30 년 동안 진행되어왔다. 1990년에 순천 전남동부지역사회사회연구소의 『지역과 전망 이』, 여수문화원의 『여수문화』가 여순사건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다루었다. 1998년에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여순사건 피해실태보고서』 1집을 발간하였다. 학계에서는 2014년 설립된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 여순연구센터가 창립기념으로 4권으로 된 대규모 『여순사건자료집』을 2015년 발간하였다. 호남사학회와 2000년 설립된 순천대 인문학술원은 여순사건관련 중요한 학술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왔고, 2018년에 설립된 순천대 여순연구소도 여순사건관련 행사와 증언 채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보면 지난 30년 넘는 지역 시민사회의 노력의 성과 위에 현재 21대 국회 여순사건 특별법안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난 30년 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서 여순사건특별법안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07년 출범했었던 ‘제1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 공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선행검토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이나 여순사건특별법 통과는 특정 국회의원의 정치적 성과도 아니고, 여순사건 유족회의 피해보상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특정 시민단체나 연구소의 전유물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순사건 해결은 전남동부 지역사회 전체 명예회복과 여순사건을 주요 계기로 성립된 대한민국 반공체제의 폐해 극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술원장, (사)호남사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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