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틀이 과연 무엇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은 역시 사각 틀이네요. 액자 같은 거 말이죠. 그러나 틀은 사각 모양만 있는 게 아니죠.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은 틀 모양을 가지고 있죠.

세상뿐만 아니라 우주도 허공이라는 틀 안에 있습니다. 생각 또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네모, 세모, 사각......, 수없이 많은 모양의 틀이지 않을까요?

아무리 많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틀은 틀이다'라고 말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맞아요. 틀은 틀이겠죠. 그러나 조금 더 생각을 확장시켜 볼까요? 만약 그 틀이 생명을 지닐 수 있다면? 네, 맞아요. 이 세상 모든 생물들을 보면 각각 저마다의 틀이 있잖아요?

사람의 틀, 동물의 틀, 풀들의 틀, 꽃들의 틀, 물의 틀, 나무의 틀, 곤충의 틀, 자연의 틀 등등등, 종류별로 많기도 많은 틀이 있는 것처럼, 우리 언어도, 감정도, 정신도 그러한 틀이 있지 않을까요? 당근이죠. 그럼 다른 틀을 논하기 전에 우리 정신에 있는 틀을 말해 볼까요? 인격, 인품, 성격, 등 이런 것들을 심리학에서는 '내적 준거의 틀'이라고 하지요.

*내적 준거의 틀: 사람마다 서로 다른 독특한 유전과 학습, 후천적 경험으로 인하여 제각기 자신만의 마음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이 인식 자체가 ‘내적 준거의 틀’에 의해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렇게 이‘틀’ 자체가 저마다 다른 ‘세상의 모습‘으로 반응한다. 여기서 ’세상의 모습‘을 심리학에서 ’세상 모형‘이라 한다.

*세상 모형“ 내적 준거의 틀에 의해서 왜곡되고 편집되는 각자의 세계(생각과 사상)

말씀드리려고 하는 요점은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내적 준거의 틀’이라는 두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지각하며 반응하게 되는데 이렇게 인식하고 지각하고 반응하게 되는 세상이, 진실로 세상 자체가 아니라 각 개인의 필터에 의한 ‘세상 모형’이라는 것이죠.

쉽게 예를 들어 볼게요. 장님들에게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으면 어찌될까요? 코끼리 몸을 만지는 사람과 다리를 만지는 사람, 귀를 만지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마음의 틀에 의해 이 세상은 늘 왜곡되고 편집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는 심리학 언어가 있습니다.

*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표현 방식에 따라 동일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

즉 내 안의 나의 틀, 여태 살아온 나의 내적 준거의 틀은 '의식+무의식'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아님, 인간성이라고 해도 좋고요. 내 안의 틀이 긍정적, 부정적일 때가 다르고, 결정론, 자유의지론일 때가 다르겠죠. 결정론이라는 것은 프로이트가 주창한 가설이고 동양에서는 ‘운명론’ 쯤으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반대는 자유의지론이죠.

유전 대 환경론의 입장에서 그 틀을 설명할 수도 있겠고요. 독특성이냐 보편성이냐 입장에서 그 틀을 설명한다든지, 낙관성이냐 비관성이냐 하는 입장론도 있고요, 발생이냐, 반응이냐로 따지기도 하니깐, 이건 성격론자들이 두고 고심하는 거니깐 그대로 패스!

알기 쉽게 프레이밍 효과를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아요.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피하게 되고,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방금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것을 안다면, 울고 있는 그 사람이 불쌍해지고 위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바로 프레이밍 효과입니다. 물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안타깝고 부족감을 느끼지만, 물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조급함은 사라지고 마음도 풍요로워짐을 경험하는 이치죠.

우리가 인지왜곡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는지 아닌지, 극단적이고 왜곡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바로 이 ‘틀‘을 통해서 알 수 있거든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수정해 나갈 수 있다면 그러한 사람은 마음이 건강한 ’틀‘을 가진 것이지요.

프레이밍 효과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이 천태만상입니다. 그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다는 것이고, 각자 자기 자신 안에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도 다른 또 한 사람과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 한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단 한 사람도 나와 똑같은 ’틀’을 가질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인간은 외로워야 합니다. 외로워야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겸손해질 수 있는 거고, 배려와 양보를 익힐 수 있게 되는 거겠죠. 코로나19로 인해 집콕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나를 돌아보면서 내 마음의 틀을 한 번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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