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되살아난 ‘공안몰이’ 소요죄… “민주주의 퇴행”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결국 소요죄까지 적용했다. 집회·시위에 소요죄가 적용된 것은 지난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5·3 인천사태’에서 적용된 이후 29년 만이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의 중앙일보마저도 “30년간 법전에서 잠자고 있던 소요죄를 꺼내든 것이 민주노총 등에 ‘소요 세력’이란 낙인을 찍고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의도 아니냐”고 비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 혐의를 추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공용물 손상, 일반교통방해 등 8가지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소요죄(형법 115조)는 ‘다중(多衆)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 적용하며, 판례상으로는 그 같은 폭행·협박·손괴 행위가 한 지방의 평온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정도가 될 때 처벌하고 있다. 법에 정해진 형량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소요죄는 지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6년 ‘5·3 인천사태’에 적용된 전례가 있다. 5·3 인천사태는 당시 재야인사들과 학생 등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규모 충돌을 빚은 사건이다. 당시 거리에는 돌과 화염병, 최루탄이 난무하고 인근 민정당사가 불타기도 했다.

▲ 경향신문 19일자 8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법원은 “약 8시간에 걸쳐 다중이 교통을 완전 두절시키고, 경찰관 등 191명에게 상해를 가하는 한편 민정당 인천 제1지구당사와 경찰차량 3대 등을 파괴함으로써 그 일대의 평온을 해하는 소요”를 벌였다며 5·3 인천사태를 배후 조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문수 당시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전 경기도지사)에게 소요죄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5·3 인천사태와 1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폭력 양상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1월14일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는 일부 참가자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행위였다”며 “소요죄 적용에는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노총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도 소요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서울신문은 법조계가 경찰의 소요죄 적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전에 소요 행위를 기획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실제 집회에서 폭력과 파손 행위가 있었더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소요죄 적용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는 것.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폭력이나 파손 행위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준의 공무집행방해 정도라면 소요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소요죄를 무리하게 적용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위대가 차벽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한 것이 정당한 행동은 아니지만, 일반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요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소요죄를 마지막으로 적용한 5·3 인천 사태도 민주정의당 당사를 파괴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19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경찰이 무리하게 소요죄를 적용해 이들을 더 무거운 형으로 옭맴으로써 비판과 반대를 틀어막는 ‘공안몰이’의 공포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며 “나아가 민주노총 등을 소요나 일으키는 불법 폭력집단으로 몰아 합법적 존재기반을 허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주노총이 앞장서 반대해온 노동관련법의 개악을 더 쉽게 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음직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경찰의 퇴행적 소요죄 적용은 문제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 위원장 등의 범법 혐의는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무겁게 다뤄야 할 사안이지만 소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손괴가 한 지방의 평온과 안전을 해할 정도의 규모여야 한다”며 “형법 제정 후 소요죄 적용은 독재 정치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란 점에서 퇴행적인 법 집행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日 언론, “가토 무죄 환영하나, 산케이도 무책임한 보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무죄판결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판결에 대해 “일한관계의 관점에서도 평가하고 싶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에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고 보냐는 질문에 “타국의 재판과정에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면서도 “정부차원에서 보도, 표현의 자유 및 일한관계 관점에서 누차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검찰이 항소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 판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외교부가 가토 전 지국장의 선처요청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아베 신조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삼권분립 국가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며 “명예훼손의 대상이던 박 대통령의 양해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 한국일보 19일자 5면
 

반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가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하고 소문을 안이하게 쓴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며 “소문이라고 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써도 좋은 것은 아니다”고 가토 지국장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과 일본 법률에 밝은 법률가의 견해를 인용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취재가 불충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산케이신문은 무려 8개 면을 할애해 이번 판결 등을 보도했다. 산케이는 이날 1면에 낸 성명을 통해 “이 재판이 장기화돼 일-한 양국 간의 큰 외교 문제가 된 것은 우리가 결코 바라는 게 아니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보호하는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한 법원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검찰이 항소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사인과 공인을 분리해서 봤는데, 이게 적합한 것인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법리적인 검토를 해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검찰이 통상 무죄 사건의 경우 자동으로 항소를 하고, 주요 사건의 경우 무죄 판결 직후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히던 것과는 다른 태도”라며 “게다가 외교부가 재판 전 법무부에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선처 요청의 뜻을 담은 공문을 보낸 바 있어 항소에 대한 검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19일자 6면
 

세계일보는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꼽힌 산케이신문 기자 기소 문제가 제거됨에 따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도 진전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산케이신문 가토 전 지국장이 전날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판결 직후 아베 신조 총리는 “한·일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양국 관계 개선 문제의 공이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미해결 현안인 위안부 문제의 ‘조기타결’을 목표로 양국 정상의 정치 결단이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며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전날 ‘위안부 문제는 협의를 가속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바람 잘 날 없는 새누리… 이번엔 김무성 인종 차별 발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외국인 유학생들과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다 흑인 유학생에게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누리당은 최근 김광림 의원이 인사 청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김 대표의 망언까지 논란이 돼 더욱 비루해진 모양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이 주최한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던 중 행사에 참여한 아프리카 출신의 한 유학생을 보며 “연탄색이랑 얼굴색이 똑같네”라고 말했다. 해당 학생은 짐바브웨 출신으로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비판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에서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발언이었다”며 “상대의 입장을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 세계일보 19일자 4면
 

아울러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를 찾아 한 식당에서 당협위원회 송년회를 갖고 “국회의원 출마는 내년 총선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비례대표, 험지 출마 등을 권유하고 있으나 영도 출마 후 당대표로서 전국 지원유세에 나서겠다”며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음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또 경제 부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들킨 데 이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당초 ‘지역 민원’이라고 했던 인사 청탁 대상이 친조카였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포커스뉴스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문자메시지에는 ‘현재 모 은행 안산지점에서 근무 중인 모씨의 아들을 본점 또는 강남지점으로 인사 이동 시켜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김 의원 측은 “지역 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본회의장에서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은 불찰”이라며 “사실(인사 부탁 대상)은 생질이다. 여동생 아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9일 해명은 내용을 잘 모르는 보좌관이 잘못 대답한 것으로, 거짓말할 의도는 없었다”며 “청탁한 게 아니라 상부기관이나 해당 은행이 아닌 상의하는 쪽에 부탁 차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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