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 양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이날 합의로, 향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의는 없다는 것으로 못을 박아버려 피해 당사국인 한국민에게 제대로 수용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야권은 이번 합의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시민단체도 굴욕 외교라고 비판한다.

한일 정부간에 위안부 문제가 28일 24년만에 극적으로 타결돼 향후 한일 관계가 순항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결국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 포위 전략을 위한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미일 동맹 강화가 심화될 경우 신냉전시대가 동북아에 등장하면서 남북간의 전쟁 위기가 더욱 고조될 우려가 크다.

한일 두 정부는 최근 정상들이 직접 나서 위안부 문제 타결을 독려했고 한국 헌법재판소와 검찰이 한일 관계를 배려한 결정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위안부 문제 타결이 예고됐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두 정부 합의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고 위안부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재단 설립으로 종결지은 것은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금'과는 거리가 멀어 야권이나 시민단체, 위안부 당사자의 비판을 받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비(위안부 소녀상)의 이전을 시사한 두 나라 합의도 큰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후 사전 각본에 따른 것처럼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했다. 즉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일본 외무상을 접견해 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한데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면서 "양국 정부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만큼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날 합의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인 결정이라고 밝힌데 이어 박 대통령과 아베수상이 서둘러 회담 결과를 기정사실화 한 것은 향후 한일 관계가 한미일 동맹 강화에 수렴되어야 한다는 미국 측 희망을 충족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도 즉각 “한일 위안부 합의, 대북 공조 도움”이라는 내용의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위안부 당사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의 견해 듣는 식의 최소한의 시간조차 배려치 않고 밀어붙이는 태도는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과거 전쟁 범죄 행각을 부인하는 일본에 대한 일반 국민정서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행사를 벌인 것은 정부가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서둘러 합의를 해주었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미국은 한일간 과거사 갈등을 중지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아베수상의 방미 시 최 국빈대우를 하면서 미국의 속셈이 무엇인가를 한국 등에 보여주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강화를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절실하다는 것, 한국은 이를 받아드려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한일 두 나라가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는 것에 대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는 이번에 한일간에 위안부 문제 타결의 추동력의 하나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국군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한일 관계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정부가 그것을 견인해 낸 것이다. 또한 얼마전 개정된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 작전을 전개할 때 한국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이 드러나는 등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해 한미일 공조를 위한 양보를 압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부 문제가 굴욕 외교로 지탄받으면서 졸속으로 합의된 배경은 역시 미국의 제국주의적 한국 압박의 결과가 아닌가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최대의 무기 수입국이 되어 7조원 어치의 첨단무기를 드려왔는데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 철저히 예속되는 등 남북 관계에서 독자적 추진력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가 결국 동북아의 평화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전체의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의 무리한 타결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불거지게 할 것 같아 불안하다.

리강영 대표기자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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