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대통령 식민지 국회와 정치 민낯 드러나”

“국회법 개정안, 당당하게 재의결… 7월 6일이 국회독립의 첫 날 되기를…”

대통령이 제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이 7월 6일 재상정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부로부터 재의가 요구되어 국회로 넘어 온 국회법 개정안을 6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장의 약속대로 정상처리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현재 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날 국회에서 이 법안이 다시 상정되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새누리당은 국회법이 상정되면 전원 퇴장하므로 정족수 미달에 의한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에서 재의 요구를 받은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참석의원 2/3 이상 찬성하면 의결이 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160석으로 원내 과반을 확실히 넘기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면 정족수 미달에 의한 자동폐기가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런 방식을 택하려는 것은 혹시 당내 반란표에 의해 의결정족수가 확보되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대통령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목적은 달성할 수 있으되 명분은 확실하게 빼앗기는 창피한 처지에 몰린 것을 스스로 자임함이다.하지만 그렇더라도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이 방법 외엔 길이 없다. 소속의원 160명 중 확실한 친박계가 60명이 안 되는데다 이 법안이 1차 합의로 통과될 때 211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때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은 줄잡아 100여 명이었다.

만약 재상정 후 투표를 하게 되면 야당(무소속 포함)에서 투표에 참여, 다시 찬성표를 던질 인원은 130명 안팎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30여 명만 투표에 참여하여 친성표를 던지면 이 법안은 다시 의결된다. 그리고 이렇게 재의결된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절차 때문에 새누리당은 전원퇴장이란 작전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표결을 안하기로 한 의원총회 결론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대구에서 상경 중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국회법 처리 질문에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지난달 25일 의총 때 결론 난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 재의에 붙이는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응하지 않고 ‘자동폐기’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하는 의미라고 의원들은 전했다.

다만 당시 의총에서는 본회의에 참석 자체를 안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이후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재의에 참여하되, 표결에는 응하지 않고 퇴장하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은 6일 본회의 전 의총을 통해 국회법 재의 처리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런 법적 현실, 그리고 산술적 이유 때문에 야당은 지금 새누리당의 떳떳하지 못한 행보를 매우 심하게 다그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는 대통령이 요구해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당당하게 재의 표결에 임해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면 소신대로 반대의사표시를 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왜 찬성했다가 반대하는지 당당하게 설명·설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법에 밝은 한 핵심 당직자는 “(재의에 붙여진)국회법 개정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불성립된다고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이 곧바로 폐기되는 게 아니고 살아 있다”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물론 박 대통령이 과거 발의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발의하는 개정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질의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개인성명으로 새누리당에 ‘국회독립’을 촉구했다.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7월 6일은 국회 독립과 국가권력구조 정상화의 첫날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성명서에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의 식민지로서 국회와 정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삼권분립은 입법부의 권한 뿐 아니라 행정부의 권한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과 우리의 대통령 거부권 역사가 분명하게 나타나므로 법적 절차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천 의원은 이번 박 대통령의 문제는 법적 절차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이 입법부와 정당을 식민지로 여겨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박 대통령의 처사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굴복도 박정희 대통령 이래 계속되어온 한국정치의 오랜 식민지배-종속관계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3권 분립과 3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천 의원은 이 같은 “반헌법적이고 후진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3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가권력구조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번 본회의가 국회가 대통령의 부당한 압박 등으로부터 독립하여 진정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입법부의 독립적 위상을 확립한다면 한국 정치는 획기적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국회와 정당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는 일을 중단하고, 헌법과 법률, 상식에 의해 움직이는 국회를 만드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새누리당의 의원들에게도 “대통령의 부당한 간섭을 일축하고 국회법 재의의 표결에 참여하여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하면서 “7월 6일 국회법 재의와 의결이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식민 지배를 끝내는 동시에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강영뉴스닷컴  webmaster@shinatv.com

<저작권자 © 리강영뉴스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