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 좋아하세요?

가끔씩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기차를 탔더랬습니다. 이름 모를 기차역에 내려 그 동네를 돌아보며 마음먹고 하룻밤을 자면서 다음날 갈 곳을 생각하며 설레인 적도 많았습니다.

기차 안에서 가장 좋은 일은 책을 읽다가 잠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

언젠가부터 버스가 편해지기 시작하더니 기차 여행의 즐거움은 뒷전이고 말았습니다. 나이 탓이기도 하고 등등.  고등학생 때였을까요? 친구와 함께 완행열차를 탄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어수선했는지요. 시장에 내다 팔려고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소쿠리며 고단함에 찌든 얼굴들이며 그 와중에 친구와 나는 조금 다른 추억을 만드려 보려는 욕심? 때문이었을까요?

아님 쫓기는 시간의 삶에 찌들은 어른들의 모습에 위로라도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보통 날이 아이랑께요잉. 저는 000인데요! 심심헝께 허락되믄 지가 노래라도 한 곡 불러볼란디 해 볼까요잉?” 그러면서 짝짝짝 박수소리가 났고 저는 연달아 몇 곡을 신나게 불러 제꼈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치어리더라고 하나요? 학교에서 소풍 때 사회자, 운동회때 응원석이 아니라 노는? 애들 데리고 응원을 해대는 극성파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는데요.

그때 뱀망태기를 든 분이 등장하신 것입니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었습니다. 뱀에 관에 그렇게 많은 지식을 쏟아내신 분은 지금도 없으리라, 지금처럼 네이버 박사님이 뱀에 관해 잘 알려주실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에 랩이 터졌습니다.

기차 안은 놀람과 환희의 도가니가 되었고 바닥엔 뱀들이 널부러져 꾸불거리고, 그러나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면서 그 랩을 즐기고, 뱀은 그분 목에 걸리고.....!

징그럽다 하면서도 웃기는 그 분 제스쳐에 낄낄거리고, 개그맨 오디션이 그때 생겼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웬 기차여행 이야기이냐고요? 기차 안이 공간인 책 한 권 이야기해 보려고요. 기차를 탔는데 마주 보고 가야하는 좌석입니다.

그런데 앞자리 앉으신 신사 분이 아내를 죽였다고 말하면 어떤 심정이 될까요, 어떠할까요?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 책의 저자는 톨스토이입니다. 이 책에서 톨스토이는 사랑과 결혼, 배우자의 부정과 여성해방, 자녀문제 등을 진지하게 열거해갑니다. 백 여년도 전에 톨스토이는 남녀평등의 길을 제시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남녀관계는 소유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어야 한다고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습니다.

기차를 내렸나요? 아내를 죽인 한 남자의 뒤틀린 ‘감정선’을 따라 이리저리 꾸불꾸불 칙칙하고도 습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바로 그 뒤틀린 욕망으로 인해 파괴되는 한 인간의 광기 어린 모습을 선명하게 바라다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둡고 막다른 골목길에서 맞닥뜨린 핏빛 사내는 마음속에 붉게 부각되어 버리죠. 네, 어쩌면 현재 발걸음들이 그 주인공이 걸어간 모습과 닮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당시 ‘자유 부인’처럼 행동하는 여주인공과 같은 여성의 행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포즈드니셰프(주인공)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서 ‘가정’에 관한 테마를 통해 가정, 특히 부부 관계의 중요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죠. 가정의 행복과 불행은 부부 간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부부들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 책으로 마음의 기차를 타고 여행 한 번 떠나보시죠.

◆ 본지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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