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주남마을로 돌아가는 계엄군의 진압봉과 탄약통.

5·18 민주화운동 엿새째 벌어진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사건’ 당시 계엄군이 사용했던 진압봉과 탄약통이 광주시 동구 지원2동 주남마을에 보관·전시된다.

11일 주남마을 주민들과 광주YMCA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부터 주남마을 버스총격사건 희생자 위령비 일대에서 열리는 ‘제3회 기역이 니은이 축제’에서 진압봉 1점과 탄약통 2점을 돌려받는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날 축제에는 36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 유가족인 고(故) 최수길(당시 22세)씨의 동생이 함께 한다.

진압봉과 탄약통은 1980년 5월21일부터 5일간 주남마을에 주둔했던 제7공수부대와 제11공수부대 소속 부대원들이 흘리고 간 것이다.

공수부대 부대원들은 21일 오후 전남도청 집단 발포 이후 외곽으로 철수한 뒤 화순으로 가는 길목인 주남마을과 녹동마을에 주둔하며 광주를 고립시키기 위해 차량 통행을 봉쇄했다. 11공수부대 부대원들은 주둔 사흘째인 23일 오전 승객 18명을 태운 25인승 미니버스를 향해 무차별 발포했다. 민간인 1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3명은 부상을 당했다. 계엄군은 또 다시 부상자 3명 중 2명을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고 가 총살했다. 주남마을은 현재 5·18 민주화운동 사적 14호로 지정돼 있다.

주남마을로 돌아가는 진압봉 등은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마을 주민 고 신길순씨가 33년간 보관해오던 것이다. 신씨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진압봉 2점과 탄약통을 주남마을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을 함께 해온 문병교 광주YMCA 두암동커뮤니티센터장에게 기증했다. 문 센터장은 이 진압봉 2점을 다시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사건’ 당시 주남마을 뒷산에서 희생된 최수길씨 동생에게 지난해 7월 부탁했다.

문 센터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진압봉을 콩타작에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5·18 기념사업에 사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받은 것”이라며 “고인이 된 최수길씨 동생에게 ‘다시 마을에 돌려주는 게 좋겠다’고 요청하자 진압봉 2점 중 1점을 다시 기증해줬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진압봉 등을 주남마을 마을회관 2층에 공간을 만들어 보관할 계획이다.

최수길씨의 동생은 다른 1점의 진압봉은 보관하고 있다가 추후 주남마을 주민, 유족회, 5·18기념재단, 광주시 등과 논의해 활용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올해 3회째인 ‘기역이 니은이 축제’는 마을 주민 공동체가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80년 5월의 아픔이 있는 마을을 치유하기 위해 개최하고 있는 축제다. 주남마을은 과거 ‘녹두밭 윗(웃)머리’라고 불리던 척박한 땅으로, 주민들은 ‘기억하라 녹두밭 윗(웃)머리’의 초성을 따 ‘기역이 니은이’라는 인권문화제를 만들었다. 또 지난해부터 축제 개최를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5180원에서부터 5만1800원, 51만8000원까지를 모금해 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5월에는 주남마을 주민들과 광주YMCA가 협력해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희생자 암매장지에 작은 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 민주·인권·평화의 시 낭송, 노란 풍선 날리기, 참가자 붓글씨, 녹두 주먹밥 나누기 등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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