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대한석탄공사의 탄광사업 폐업을 검토 중이어서 화순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한석탄공사 산하 태백시 장성, 삼척 도계, 화순 등 3개 광업소를 단계적으로 정리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광산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최근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맞서 화순탄광 노조는 물론 지자체, 정치권, 경제계 등 각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폐광을 강행할 경우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침
정부가 만성적자 상태에 있는 한국석탄공사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9일 발표예정이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이 오는 14일로 연기됐다. 또 201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16일 발표된다.
현재 석탄공사는 연탄수요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만성적자다.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면서 부채가 1조6,000억원 가량 쌓여 있다. 정부는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안에 오는 2017년 화순탄광을 시작으로, 2019년 강원 장성탄광, 2021년 강원 도계탄광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석탄공사 폐업시 부채를 정리할 재원문제와 직원들의 고용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3개 탄광을 폐광하면서 차차 부채를 줄여 나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고용문제는 탄광을 폐광할 때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고 정리하거나 다른 공기업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계 반발 확산
‘광산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 화순탄광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폐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화순탄광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화순군 동면 복암리 사무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폐광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전체조합원 211명 가운데 28명이 투표에 나서 93.3%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화순탄광은 20년간 생산할 수 있는 석탄 1,830t을 안정적으로 캘 수 있는 광산”이라면서 “구성원 동의도, 대책도 없는 폐광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화순군과 의회, 지역사회단체 등도 각각 폐광반대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펴고 있다.
지난 8일 화순군의회 이선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항의 방문해 화순탄광 폐광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촉구했다.
화순군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진행해온 ‘화순탄광 폐광저지를 위한 범군민 서명운동’ 결과 1만1,000여명이 참여한 서명부도 함께 제출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한해 지역경제 기여도가 550억원 이상이 되는 화순탄광을 이렇게 급박하게 없애겠다는 조처는 막장 드라마식 경제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역경제 매몰
화순광업소가 폐광되면 지역경제의 매몰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 대규모 실직사태는 물론 상권 붕괴와 인구유출 등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화순광업소가 인건비·경비·자재비·세금 등의 명목으로 집행한 자금은 모두 465억5,400만원이다. 화순군 1년 예산이 4,6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군예산의 10분의 1과 맞먹는 규모다.
화순광업소 폐업은 노동자 실직사태로 이어지고 이는 인구유출과 연결되면서 지역공동화를 불러와 지역경제를 위험에 빠트리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심화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주민들은 “화순광업소 노동자 대부분이 화순읍에 사는데 월급날이면 회식한다고 식당을 자주 찾았다”면서 “탄광이 폐광된다면 식당 뿐만 아니라 상가들의 매출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찬열 대한석탄공사노조 화순지부 부지부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화순탄광 폐쇄정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산업역군이라고 부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노동자·탄광 주변 지역민 등과 한마디 상의없이 폐쇄를 결정한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생존권 확보 먼저
서민연료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폐광문제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1934년부터 채광을 시작한 화순탄광은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연탄이 가정용연료로 자리잡게 된 1960년대 광산 16개가 개발되고 종사자수만 5,000여명, 연간 최고 생산실적이 70만5,000여t에 달했다.
하지만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추진되면서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어 현재 화순탄광 종사자 수는 노조조합원 211명을 비롯해 510여명에 석탄생산량은 연간 22만8,000t으로 줄었다. 탄광종사자 중 화순에 거주하는 근무자는 전체의 68%인 350여명이다. 근무자 1명당 4인 가족을 가정할 경우 1,4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화순군의회도 단순히 공기업 부채해결을 위해 폐광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산업일꾼과 지역주민들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처라고 지적했다.
이선 화순군의회 의장은 “그 동안 산업역군으로 희생을 치르면서 종사해온 광업소 근로자들의 생존권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근로자 동의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폐광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화순광업소는 20년간 생산할 수 있는 1,830만t의 가채광량을 갖고 있으므로 최장 20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석탄공사 경영이 불합리하다면 모든 불합리요인을 제거해 경영을 합리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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