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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는 정치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국회의원 정수 조정이란 블랙홀.... 국정원 사태 등 여당 탕출구만 만들어 준 셈
리현일 편집장 | 승인 2015.07.28 16:33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던진 화두가 국회의원 100명 줄이기였다. 그러나 그 화두는 ‘안철수 현상’이란 바람을 잠재우는 ‘역저격’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쏜 총알에 부상을 입고 안철수는 쓰러졌는데, 그 총알이 국회의원수 줄이기라는 표적을 향한 것이었다. 그래서 ‘새정치’ 또는 ‘정치개혁’이란 화두는 길을 잃었다.

▲12일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선후보가 ‘부산에코델타시티 현안과 친수법폐지안’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안철수를 저격한 총구는 쌍방이었다. 한 쪽은 “정치개혁은 국회의원 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의 ‘국민과 관계없는 철밥통 행태’를 개혁하는 것”이란 정치 바깥의 공세였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정치도 모르는 초짜가 현재 국내의 농어촌 복합지역구 사정도 감안하지 않고 탁상에서만 계획을 세워 헛소리를 한다”는 정치 쪽 공세였다. 그리고 이 쌍방 공격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안철수의 ‘새정치’는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지금 김상곤의 혁신위가 길을 잃고 있다. 5차 혁신안은 혁신위가 길을 잃고 있다는 가장 좋은 본보기다. 지금까지 당의 혁신을 위해 내놓은 ‘혁신안’이란 거의 전부가 특정 정치인과 그 계파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은 그 정치인과 계파를 반대하는 측의 정치적 욕심이라고 치자.

그러나 정치적 욕심이 전혀 없는 내가 봐도 사무총장제 폐지 후 5본부장제 실시, 최고위원제 폐지 후 권역별 대표제 실시, 오픈프라이머리 대신 공직평가위 설치 및 평가위 평가를 기준으로 한 공천, 당 대표 당원소환제 실시 및 종이당원 근절책 제시 등등은 혁신도 뭐도 아닌 그냥 탁상공론이다. 이런 안들은 도대체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리멸렬과 하등 관계가 없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국회정론관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리멸렬은 집권기능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혁신위는 여기서 길을 찾아야 했었다. 그런데 이 집권기능 상실과 위의 문제점들은 별 상관이 없다. 물론 조직의 청렴화, 조직의 일사분란, 이런 것으로 당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당에서 청렴화는 그렇다 쳐도 일사분란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설사 일사분란이 이뤄지더라도 골수 지지자 외 광의의 지지자가 모이지 않는다. 김대중, 이회창의 두 번 실패가 이를 실증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자 문재인 대표는 김대중 이회창에 버금갈 골수 지지층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일사분란을 바라고 있다. 그러니 지지층의 욕구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연스럽게 지지층이 떠나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박주선을 좋아하진 않지만 박주선이 한 말 중 “현 새정치연합의 최대 혁신은 문재인 대표의 퇴진이다”는 말은 동의한다.

자신이 이끄는 정당이 선거에서 전패하고, 그 뒤로도 상대 정당의 지지율에 비해 반 토막도 안 되며, 특히 지지층 밀집지역에서 극단적 비토를 당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버티는 문재인의 정치력으론 어떤 혁신안도 당을 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혁신위는 문재인을 건드릴 수 없으니까 엉뚱한 곳만 긁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나온 1~4차까지의 혁신안이다.

그런데 이 혁신안도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어제 나온 5차 혁신안은 아예 당을 진창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 앞서 언급했지만 국민들이 현 정치의 개혁을 통한 새정치를 갈구하는 것은 국회의원 정수와 그리 관련이 없다. 그 화두가 정치개혁의 화두는 아니란 거다.

그런데 혁신위는 안철수와 반대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들고 나왔다. 국회의원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의원수 100명 줄이기 화두를 들고 나온 안철수가 무차별 저격을 받아 쓰러졌는데, 김상곤 혁신위는 반대로 의원정수 늘리기로 나왔다.

18대까지 299명이던 국회의원 정수를 19대에서 1명 늘려 300명으로 만들 때, 단 1명 증원이지만 정개특위는 물론 전 언론이 시끄러웠다. 여야 모두 지지 지역의 의석수 줄이기를 반대하여 나온 어설픈 합의였으므로 이를 ‘게리멘더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 비판을 의식한 혁신위가 세비의 총액을 그대로 둔다면 의원수를 늘려도 예산 증액 없이 된다고 말한다.

참 한심한 발상이다. 국회의원 1인에게 지급되는 세비로만 치면 연간 약 1억 정도다. 69명 늘려야 69억… 400조가 넘는 세출예산, 심지어 국정원 같은 기관이 세부보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연간 수천억인데 69억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더 지불한 수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그 뿐인가? 의원회관, 보좌진, 회의비 등 부대비용은 69억의 열 배도 넘을 것이다. 결국 ‘세비’를 명목으로 세비를 줄인만큼 의원수를 늘리자는 안은 거짓이고 사기가 된다.

그래서 지금 새누리당은 대어를 낚은 낚시꾼의 표정이다. 낚시를 물에 넣어 두지도 않았는데 바람에 날려가서 물에 빠진 낚시에 대어가 덥석 물어주니 얼마나 좋은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 정권은 지금 온통 불법과 비리, 허당과 갈짓자 행보 등으로 곳곳에서 물샌 바가지마냥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현안인 국정원 해킹사건을 줄기차게 정치적 공방으로 몰고 가려 한다. 이처럼 여당은 늘 자신들이 불리한 사안이면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그 사안을 정치적 공방으로 몰고 가서 진흙탕 싸움으로 만든다. 그리되면 국민들 사이에선 ‘둘 다 나쁜놈’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여당에게 질곡 탈출구다.

따라서 야당은 여당의 이런 작전을 피해 여당의 아픈 곳은 송곳처럼 지적,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정치적 스킬을 쓰지 못하고 되려 ‘정치현안’을 건드려 정치판을 스스로 진창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개헌안 공론화를 싫어하는 것은 개헌안 공론화가 권력을 블랙홀로 빠뜨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야당은 지금 여당이 ‘의원정수’ ‘지역구 조정’ 등을 들고 나와서 ‘정치현안’으로 탈출구를 삼으려 하지 못하도록 발을 빼야 한다.

그런데 되려 그 현안을 화두로 삼아 정치싸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블랙홀은 그래서 국정원 사태 등 야당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모든 현안들을 숨어버리게 만들 것이다. 당장 이종걸 심상정은 정수늘리기 찬성, 문재인은 공론화 반대, 김상곤은 허둥지둥으로 야당만 지리멸렬이다.

반대로 유승민, 메르스, 가뭄, 국정원, 대출규제 정책 등등 여당의 아픈 곳은 다 숨어버린 채 여당의 모든 입들이 야당의 의원정수 조정이란 화두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 이어서 이 총격에 네티즌들이 가담하고 있으므로 야당은 또 한 번 깊은 부상을 당하게 생겼다.

도대체 정치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집권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들 야당의 행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면서도 이 야당을 대체할 대체정당 얘기만 나오면 거기엔 또 모두 합세하여 그냥 철밥통만 지키겠다고 파르르 떤다. 지금 유권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래서다. 당신들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끝난 것을 모르는 사람은 당신들 뿐이다.

 

 

리현일 편집장  lgy55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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