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초기 미 공군은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토랜스(Torrance)에게 항공기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극한적 상황에서도 생존해 나갈 능력을 키우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한다. 토랜스는 훗날 미 심리학회 회장을 지내는데 그가 맡은 연구가 긴급하고 중요했던 이유는 미 공군 조종사들이 북한의 전쟁포로로 잡힐 때, 겪게 될 참혹성에 대해 미리 대비할 필요 때문이다. 그는 관련 자료를 찾고 기존 훈련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런 경험을 했던 공군 생존자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어떤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즉 창의성이었다. 당시 훈련교육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생존했거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에 대해 토론 및 모의훈련까지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훈련을 받았더라고, 실제 상황에 직면하면 그들은 전혀 기대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만 했다. 생존했던 사람들은 훈련을 통해 직접 배우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생존기법을 창안해야 했고, 이는 자신의 훈련과 인생경험의 여러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가능했다.
이런 창의성이 창업교육에도 절실하다. 왜냐하면 창업과정은 전쟁 중에 조종사처럼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아마빌 교수는 창의성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세 가지 구성요인을 제시한다.
첫째, 해당영역의 관련 지식으로서 깊은 전문성. 둘째, 새로운 접근의 사고방식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 셋째, 내재적 동기부여이며, 이들 세 가지 요소와 원이 만나는 접점에서 창의성의 스파크가 일어난다.
이 개념을 창업교육에 적용해 보면, 깊이 있는 창업과정의 전문성 교육, 창의적 사고 스킬, 내재된 동기부여라는 세 측면에서 교육과정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문성 측면에서 창업에 필요한 기술, 조직, 재무, 생산, 마케팅, 인적 자원 등 다양한 자원들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전략 등의 교육이다. 이런 전문적인 지식은 암묵지와 형식지를 통해 학습하게 되므로 현장에서의 실행학습이 중요하다. 둘째, 브레인스토밍, NGT 등 아이디어 백배 늘리기 식의 창의성 스킬을 배우고 이를 통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셋째, 외재적 보상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드는 내재적 동기부여,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환경도 요구된다.
창업교육에 창의성을 접목하는 교육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역량(기술), 제품, 시장(T, P, M)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들을 통합하는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교육이 되면 2%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다.
첫째, 자신이 보유한 기술역량을 믿고 제품아이디어를 내는 교육과정에서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공대생들이 창업할 때 범하는 오류 가운데 기술의 우수성만을 믿고 제품아이디어를 도출하지만 고객이 등을 돌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둘째, 시장 욕구를 찾아 이를 반영한 제품아이디어를 내는 경우이다. 이때도 기술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공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인문경상계열 학생들이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로서 공대와 디자인 학생들과 팀 창업교육이 필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셋째, 보유한 역량으로 시장과 고객의 욕구를 찾지만, 제대로 된 독특한 제품 아이디어를 도출 못한 경우이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역량과 시장의 욕구사이에서 남과 뚜렷이 차별화된 제품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겪는 어려움이다.
이 세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시장, 제품, 기술' 또는 '욕구, 아이디어, 역량'이 서로 만나는 접점에서 창업의 큰 기회라는 스파크가 일어나게 창업훈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이 필요하다. 창의성의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창업교육의 불꽃이 일어난다면, 부족하고 위험한 창업교육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리강영 대표기자  lgy55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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