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종종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서는 비평이 필요하다. '정치 멀리보기'는 분명한 관점과 과감한 전망을 바탕으로 정치적 사건을 전체 맥락에서 재구성하고자 하는 심층 기사이다. 3류 정치평론처럼 소설의 영역으로 가보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허황된 망상이 아니라 근거 있는 정치평론의 도를 추구한다.

임시공휴일에 대한 힐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거둘 수 있는 경제효과를 추산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광복 70주년 계기 국민사기 진작 방안’을 확정했는데 11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14일이 휴일이 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방침을 정하면서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거둘 수 있는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부 조치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있지만, 대체공휴일 1일당 금액으로 따지면 1조3천억원 정도, 고용유발은 4만6천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가 있다”면서 “임시휴일을 통해 사기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고 이번 계기에 억눌린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SNS 등에서 상당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체휴일제 도입 등에 대해 재계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당시 경제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다는 점 등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당시 대체휴일제에 도입 논의에 대해 재계는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규모는 다를 수 있지만 어찌됐든 ‘경제효과’라는 측면에서 쉬면 뭔가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물론 정부의 추계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이에 대한 부수조치로 다수의 노동자들이 놀러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휴기간 동안 이들의 소비를 통해 경기회복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일정 정도의 경제효과를 예상해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1조3천억원, 4만6천명이라는 숫자는 전망에 따라 신축적일 수밖에 없다. 워낙 다뤄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 등이 정부시책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이 숫자들을 부풀리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시공휴일 지정을 통해 거둘 수 있는 경제효과라는 얘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정책이 신뢰를 이미 상실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조원동 전 수석은 취임 초기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조하며 재정균형을 연단위로 맞추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재정을 통한 경기회복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로 시행된 재정정책이 어떤 성과를 얼마나 거두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 사태 등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는 하지만 올해 3%성장률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전망이 제기되는 판이다. 오히려 조원동 전 수석 시절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증세없는 복지’와 ‘월급쟁이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는 세수확보 문제였다.

물론 정부 정책의 모든 부분이 늘 단기적인 평가에서 승부를 볼 것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경제정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시대의 정책은 처방이 효력이 없다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처방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임기응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당시 기업의 현금을 가계로 흘려보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최경환 부총리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환류세제)를 마련해 이를 시행토록 했다. 이와 동시에 최경환 부총리는 경기 회복을 ‘마중물’로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최경환 부총리의 취임과 함께 DTI·LTV 규제완화가 제한적으로나마 진행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최소한 부동산 거래량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애초에 예상했던대로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듯 악영향은 분명한데 기대했던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부동산이 감당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악영향이 분명하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된건 지난달 22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고 장기거치식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대출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은 정부가 ‘빚 내서 집사라’고 하더니 1년 만에 ‘빚은 낼 능력이 있는 사람만 내라’는 것으로 정책기조를 바꿨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주장의 반대쪽에서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일관된 재정·통화신용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방안은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거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만일 정부가 그토록 목놓아 부르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제대로 된 로드맵을 갖고 있다면 이런 논란을 정리하는 건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경제상황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그간 빚을 내서 집을 사라, 말라 하는 정책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수석은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과다 대출을 우려해 만든 DTI, LTV 등의 규제가 그동안 너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작년 8월 새 경제팀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바로잡는 노력을 했던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그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 말라'는 식의 정책 변화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SNS 등에서는 이에 대해 “이제와서 모른척”이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종범 수석의 발언은 학자를 거친 초선 비례대표 의원 출신이라는 한계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나름대로 솔직한 설명일 수는 있지만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제대로 된 정치적 고려를 하지 못한 예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취득 시 과다대출 방지를 위한 규제가 과도하다기에 바로잡았다”는 말은 결국 “대출을 통한 부동산 취득을 쉽게 했다”는 말이고, 맥락에 따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판단하지 못하는 입장일 수는 없다. 즉, 안종범 수석의 답변은 준비된 것이었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좀 더 거시적 전망이 반영된 답변 역시 준비돼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자체가 단기처방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한다.

최근까지 논란이 된 청년고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사실상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효과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이 고령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이 비용을 청년 채용에 쓰리라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이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주는 것에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게 이런 비판의 핵심내용이다.

결국 경기의 드라마틱한 회복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 대책 또한 작동하기 어려운데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그리스 등 유럽발 위기,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등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결국 경기회복의 길 역시 쉽지 않다는 게 명확하다. ‘대전제’가 무너지니 나머지 정책들은 파편화돼 임기응변의 차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신뢰가 없으니 뒷말만 나오고 정책 효과 역시 더 떨어진다. 악순환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오늘 벌어 오늘 먹고 살자는 영혼없는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 전망과 비전을 갖춘 조치들이 필요한데, 이런 지적을 하면 대통령은 정치권 탓을 한다. 교착을 풀어낼 정치를 보여주는 것도 대통령의 능력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을 놔두고 ‘경제효과’만 강조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리강영뉴스닷컴  webmaster@shinatv.com

<저작권자 © 리강영뉴스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