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우리 사회의 혼란이 정점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생활은 도외시한 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눈이 먼 정치권의 얄팍한 속셈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의 책임을 묻는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는데 혈안이 돼 있고, 야당은 거부권을 행사한 청와대와 이를 수용한 여당을 향해 연일 성토 중이다.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거부권 사태의 본질은 국회법이다. 국회법에는 ‘큰 줄기를 잡는 법률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하위 법률(정부시행령, 시행규칙)에 위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정한 입법취지를 충실히 살리면서, 실제 법률을 집행할 행정기관에 세부적인 사항들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입법이 반드시 법이 정한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행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할 경우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그래서 국회가 법률과 서로 어긋나는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해 정부에 제출했던 것이다.그런데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박 대통령이 이 법률개정안에 위헌요소가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보이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은 찬성 211명, 반대 22명, 기권 11명으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렇게 가결된 법률개정안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이라며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명분이 약하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축출을 목표로 지도부 흔들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기 위한 권력 다툼의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을 틈타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전통시장 상인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너나없이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수출부진마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 모두가 이처럼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얄팍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리강영 편집장  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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