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및 현직 경찰들로 구성된 재향경우회가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산되어야 한다> 등의 신문광고를 낸 것은 정치활동 금지행위에 위반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광고에 대해 “정치활동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30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재향경우회의 정치활동 위반 여부에 대한 회신 결과를 공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답변서에서 재향경우회와 관련해 “<대한민국 재향경우회법> 제5조 제4항에 따라 재향경우회 이름으로 특정한 정당을 옹호나 지지를 위한 신문 게재나 정치단체 결성과 같은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다”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의해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가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전부나 일부를 삭감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 2015년 7월 27일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

재향경우회는 퇴직 경찰(정회원)과 현직 경찰(명예회원)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자유의 수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재향경우회가 할 수 있는 사업 또한 △경우회 회원의 복지증진 및 권익 신장, △치안 협력 및 지원, △외국의 재향경우회 등 관련 외국단체와의 친선 유지 및 유대 강화,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와 호국정신의 함양 및 고취 등으로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동법 제5조(조직) 제4항은 “재향경우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재향경우회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해킹의혹이 일자, 지난 7월 20일 문화일보에 <이런 국회, 이대로 놔둘 수 없습니다>라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조선일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산되어야 한다>는 광고를 실었다. 이 밖에도 재경향우회는 ‘정치개혁 국민연대(가)’ 단체결성을 조작화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면서 논란이 돼 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가의 보조금 등을 받는 단체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정치활동에 대한 제한을 두는 규정을 설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더욱이 우리 헌정사상 헌법전문이 그 정신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한 4·19혁명을 촉발한 3·15 부정 선거 등에서 경찰 등 공무원이 선거나 정치에 개입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향경우회와 같은 전직 경찰 및 경찰의 단체에 관하여 특히 정치활동과는 무관한 단체로 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재향경우회의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산되어야 한다> 등의 신문광고 게재가 정치활동인지에 대해 “특정정당의 지지나 반대를 밝히거나 요구하는 행위는 정치활동의 하나인 ‘정치광고’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광고게재행위는 재향경우회의 설립목적이나 고유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속회원들의 모든 의사가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단체 명의로 이러한 광고를 할 경우에는 의견이 다른 소속회원의 정치적 자유나 (정치적)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던 재향경우회 중앙회 사무총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한 적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또한 재향경우회의 ‘정치광고’에 대해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법령 위반 등에 따른 교부 결정의 취소) 제1항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재향경우회가 가칭 ‘정치개혁 국민연대’라는 단체결성을 조직화 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우회의 활동은 법에 금지하는 정치활동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이 나온 만큼 경찰청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순택 컬럼니스트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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