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고수로 5.18기념식의 행사진행방식을 고수하자 야3당은 일제히 ‘협치를 청와대가 깼다’면서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재고를 요청하는 등 5.18을 하루 앞두고 정치권이 이 문제의 질곡에 빠져버렸다.

▲ 5.18 36주기를 하루 앞 둔 광주 민주 묘지의 모습 © 편집부 자료사진

이에 17일 청와대는 "국가 발전이라든가 민생 안정을 위해서 여·야·청 간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될 것"이라고 말해 이 문재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내비쳤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5.18행사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국가발전이라든가 민생안정과 별 상관이 없는 문제’정도로 청와대가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행사 중 합창단 합창 결정에 대한 야당의 반발과 관련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말씀하셨고 보훈처에서 결정해야 될 사안"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결국 보훈처의 결정은 '국론 분열 우려'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옹호하고, 반발하는 야당에게는 이 문제는 민생 문제가 아니므로 이를 덮어 두고 민생 문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허용을 건의받은 박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훈처는 전날(16일) 기념곡 지정을 하지 않고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을 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진실은 둘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의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는 말은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법’으로 “보수단체가 반발하니 합창으로 하라”고 지시하겠다는 말이거나(이는 야당의 건의를 묵살한 것이 된다) 아니면 ‘좋은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로 야당의 건의인 '제창으로 하라'고 대통령이 지시를 했는데도 보훈처가 항명을 한 것인지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대변인은 보훈처 측에서 이러한 결정에 청와대 지시나 지침이 없었다고 한 것을 놓고는 "사실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 대통령 말씀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보훈처는 “대통령의 지시나 언급이 없었다”고 하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하는 이중성, 따라서 결국 누군가는 거짓말로 국민과 야당을 우롱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에 17일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민감한 국민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이중성을 질타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대변인은 “보훈처가 청와대 위에 있는가?”라는 논평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활용한 서면논평에서 “청와대는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문제와 관련 '보훈처에 지침을 내린 바 없다'며 마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국 현안에 대해 지침을 내리지 않으면 청와대의 책임도 없어진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이 대변인은 “보훈처는 청와대 위에 있는 기관인가?”묻고는 “청와대는 국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도록 돼있다”면서 “보훈처가 청와대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보훈처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지침이 이행되지 않으면 박승춘 보훈처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리현일 편집장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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