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현 여수시장이 최근 자신의 모교 동문체육대회에서 ‘새로운 지배세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여수고 출신 동문이 없으면 여수시가 경영이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인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신중한 언사로 시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시장의 이날 특정 고교 편 가르기식 발언은 시청 내 여수고 출신 공무원들조차 ‘소수를 안고 다수를 버리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 시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모교인 여수고등학교에서 열린 개교 70주년 동문체육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제가 시장에 취임한 이후 짧은 기간에 수없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쇠퇴해가는 원도심에 관광객 1358만 명이 몰려들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여수의 지배세력이 바뀌면서 그 지배세력이 쇠퇴도시 여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동문들에게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변화의 단적인 예로 자신의 후배인 검사 출신 이용주 국회의원 당선자를 꼽았다.    주 시장은 “모든 면에서 변화가 오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한 달 전 열린 국회의원 총선에서 40대 이용주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된 것이 단적인 예”라며 “이제는 지배세력이 바뀌고, 시의 기풍이 바뀌고, 시가 활력을 되찾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시장은 이어 “이런 변화 흐름은 이제 막 시작이다. 자랑스러운 여수시민과 여수고 동문 선·후배들의 응집된 힘의 결과”라며 “끝까지 마음을 놓지 말고 초지일관 해 나가면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 제1의 국제해양관광중심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시청 내에서 여수고 출신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시청 내에 여수고 출신 공무원 226명이 있는데 과장급 이상 80명 중 무려 22명이 여수고 출신”이라며 “이들이 사실상 시청을 움직이고 있다. 여수고 출신 동문이 없으면 여수시가 경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남도의원 6명 중 4명이, 여수시의회 시의원 6명이 여수고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시장과 공무원을 돕고 함께하면서 시정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아무리 동문행사라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한 한 여수고 출신 인사는 “주 시장의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다른 동문들이 들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수시청의 한 공무원은 “여수고 출신이 아닌 공무원은 어쩌란 말이냐. 조직 단합에 힘써야 할 시장이 되레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여수시의원은 “빗나간 학벌주의로 인한 구시대적인 자가당착적 발상”이라며 “파벌에 따른 공직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시민 대통합의 원칙에 위배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고 비판했다.

시민 정모(46·문수동)씨는 “동문체육대회 행사 분위기에 맞춰 한 발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도시의 수장인 만큼 발언에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고교 총동창회 관계자는 “시장의 발언으로 봤을 때 평소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 이는 특정학교 패권주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지역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이다”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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